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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22 그래도 남은 워싱턴 이야기4

프리 김앤리 2010. 8. 2. 00:19

 

배낭여행자에게 가장 힘든 걸 꼽으라면 아마 배고픔일거다.

아무리 먹어도 어딘지 부족한 듯 아쉬움, 허전함.

뭔가 그, 매운 맛이 빠져있어서 그럴지 모른다.

김치, 고추장...

워싱턴에서의 우리는 그 뭔가 아쉽고, 허전해서 어쩔수 없이 느끼던

배고픔이 완벽하게 사라지는 시간이었다.

 

배낭여행자에게 또 아쉬운 거 하나를 고르라면 이동수단이다.

도심 내에서는 하루에 3만보를 걷든 4만보를 걷든 하여튼 죽자고 걸어다니거나

아니면 지하철이나 버스가 있어 해결이 되지만

약간 외곽에 있는 곳을 찾아보는 건 늘 어려운 일이다.

외곽으로 나가는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다면 문제 없는 일이겠지만

자동차가 아니라면 이동하기 어려울 때, 그건 그냥 포기해야 하는 경우다.

그런데, 워싱턴에서는 이것도 가능했다.

 

역시 사람이 최고다.

사람이 있으면 해결이 다 된다.

워싱턴 생가가 있는 마운트 버넌도 차를 타고 쌩~하나 갔다왔고,

아나폴리스, 쉐난도 국립공원, 머레이 동굴도

이제 우리같은 배낭여행자들에게도 '멀지 않은 당신'이 되어 있었다.

 

 

<아나폴리스와 쉐난도 국립공원>

 

아나폴리스(Annapolis)는 워싱턴에서 차로 한시간 이상을 가면 만나는 체사피크 만(Chesapeake Bay)에 있다.

워싱턴에 오면  이 시원한 바다를 꼭 만나야 한다며 우리를 데리고 간 곳이다.

 

 

대서양에서 미국 동부 육지 안쪽까지 깊숙하게 들어와있는 체사피크 만.

낯익은 이름이 보인다.

알렉스 헤일리. 미국 흑인노예들의 이야기 '뿌리(Root)'의 작가다.

뿌리 주인공의 조상, '쿤타킨테'가 아프리카에서 노예로 배에 실려와 내렸던 땅이란다.

아나폴리스 항구는 알렉스 헤일리가 아이들에게 쿤타킨테의 이야기를 하는  조각상으로 우리를 맞는다.

 

'쿤타킨테'. 아마 내가 태어나서 제일 처음 머리속에 박혔던 아프리카 사람의 이름일지 모른다.

내 어린 날, TV에서 방영되던 '뿌리'는 얼마나 슬프고도 끔찍한 노예의 이야기였던지.

한참의 시간이 지났는데, 아직도 화면 하나하나가 선명하게 기억나는 영화다.

 

쿤타킨테, 알렉스 헤일리.... 그를 여기서 만나다니...

 

오랜 전에는  이 땅이 수십일동안 배 밑바닥에서 짐승취급을 받으며 끌려온 아프리카 노예들의 비명이 있었겠지만

지금의 아나폴리스는 화창하다.

아주 유쾌하다.

 

항구를 가득 메우고 있는 요트는 눈이 부시다.

 

배를 타러 나간다. 

 

우리를 싣고 온 기사(?) 친구들은 밖에다 그냥 두고 우리 둘만 배를 타고 나간다.

ㅋㅋ

무슨 짭*들도 아니고...

선글라스에 운동모자...

서로 말도 안하고...

체사피크만에 시원한 바다를 보라고, 그래서 우리더러 배를 타고 나가보라고 했는데

배 위에서 우리는 시원한 바다 이전에 우리랑 같이 온 워싱턴의 따뜻한 사람들 한테 더 눈길이 간다.

ㅋㅋ

 

자!! 바다로 나가자.

아~~~ 시원, 시원.

"In Annapolis, Sailingis is not just a hobby, it's a way of life."

론니에는 여기서 세일링은 취미가 아니라 생활이라고 했지만

우리가 보기에는 이거 완전 취민데???

 

덕분에 배에 탄 우리들은 옆 보트의 멋진 아가씨들을 훔쳐보는 재미도 있고...

 

ㅋㅋ

신난다.

 

저 멀리 다리도 보인다.

(나중에는 저 다리도 넘어 다시 멋진 드라이브 !!!)

 

배에서 내렸다.

여전히 아나폴리스는 밝다.

마침 결혼하는 부부의 사진촬영까지...

신랑 신부뿐만 아니라 그 친구들도 다들 연예인급이다.

 

하루는 루레이 동굴(Luray caverns)도 갔다.

석회암 동굴이다.

 

뭐, 석회암 동굴이라는 게 그렇겠거니...

별로 기대는 안했다.

어??? 그런데 사람이 제법 많다?

 

어라? 이거 엄청나게 큰 걸?

 

 

 

이건 또 뭐지?

동굴안에 흐르는 물 옆에다 전구를 설치하고 위를 밝혀 놓았다.

그랬더니?

그 물에 천정의 모습이 다 비친다.

별로 크지 않은 부분인데 물에 위의 모습이 다 비치니 그 모습이 아주 멋지게 변신했다.

 

푸른 빛을 내는 호수까지...

 

크기는 참 크다.

동굴 안에서만 40분 이상을 걸어다녀야 한다.

미국 땅... 참 넓다. 

 

그리고 쉐난도 국립공원 (Shenandoah National Park).

쉐난도는 원래 이 땅에서 살고 있던 인디언 원주민들의 언어에 의하면

'별들의 딸' (Daughter of the Stars)이란다.

별들의 딸...

이 깊은 산에서는 하늘에서 쏟아지는 별을 볼수 있었겠지...

 

쉐난도 국립공원은 미국 동부의 남북을 길게 뻗어있는 애팔래치아 산맥의 한 줄기다.

2,600마일이 넘는 애팔래치아 트레킹 길은 여행을 떠나오기 전부터 우리의 꿈이었다.

미국 사람들이 평생을 두고 걷고 싶어하는 숲길, 산길이라고 했다.

빌브라이슨이 쓴 '나를 부르는 숲'도 애팔래치아 트레일에 관한 이야기다.

물론 그는 중간에 포기하고 이 길을 다 걷지 못했지만.

 

쉐난도 국립공원의 500마일 하이킹 트레일 중 101마일은 애팔래치아 트레일에 해당된다.

 

우리도 이 숲길을 걸어야 하는데...

차로 휙 둘러보는 쉐난도는 많이 아쉽다.

이 숲을 둘러보는 것이 아니라, 이 숲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멀리까지 쭉 뻗어있는 산 군들...

저 산 속으로 , 저 숲 속으로 걸어들어가고 싶다.

 

 

<브루킹스 연구소>

전 세계에 아주 많은 연구소들, 싱크탱크들...

그 중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싱크탱크는 어디일까?

몇년째 그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는 것이 브루킹스 연구소다.

 

미국 워싱턴에 있는 브루킹스 연구소는

진보 성향의 학자들이 정치, 경제, 사회과학, 외교 안보 분야에 관해 연구하고 발표하여

여기에서 나온 여러가지 자료들이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정책 수립에 큰 밑받침이 되고 있다.

전 세계의 두뇌 집단인 셈이다.

 

 

브루킹스 연구소 입구.

 

안으로 들어갔다.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소라고 해서

엄청나게 크고 화려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소박하다.

하기야 정책이, 어떤 분야에 대한 연구가 건물의 크기에서 나오는 것은 아닐테니...

 

지금 여기에서 초청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박선원 박사님이다.

진짜 소박한 연구실이다.

세계 각국에서 온 연구원들에게 제공하는 방의 크기가 다 이만하단다.

또 까먹었다.

훌륭한 정책에 대한 연구가 커다란 방에서, 화려한 장식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오랜 공부와 치열한 연구끝에 나오는 것임을...

 

그의 책상위에 어지러이 널려있는 수많은 자료가

그의 치열한 생활을 말해주고 있다.

 

우리는 그의  치열한 연구를 믿는다.

진솔한 그의 삶을 믿는다.

그의 정책을, 그의 발표를 믿는다.

 

브루킹스 연구소 내의 도서관이다.

수많은 자료들이 있어 그는 행복하다고 했다.

 

중동 정책 연구센터.

브루킹스는 미국 내의 정책 연구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정세문제에 관해서도

많은 연구를 하고 자료를 내놓는다.

 

별로 크지 않은 강당.

그래도 일주일에도 몇번씩 이 강당에서 정책 수행 관련자들과 함께 토론도 하고

질의 응답 시간도 가진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활동은 미국 내의 실제 정책 수행에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토론 시간이 있는 날에는 기자들도 많이 모여든다고 한다.

 

작은 회의실도 있고...

 

더 작은 회의실도 있고...

 

브루킹스 연구소에서의 우리는 이 곳이 놀랄만큼소박하다는 것이었다.

외관에 치우치지 않고 실제 연구에 더 많은 내실을 다지는 실용주의의 미국을 만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곳에서 양심을 가지고 치열한 연구를 하고 있는 학자들에 대한 존경심이었다.

우리는 그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