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지금은 여행중 /여행 하루하루

20100724 좋은 사람들이 사는곳, 피츠버그

프리 김앤리 2010. 8. 6. 00:08

아이 엄마!!

피츠버그를 떠나온 지 벌써 열흘이나 지났어요.

그동안 우리는 차를 빌려 링컨 대통령 기념관이 있는 일리노이주의 스프링필드,

클린턴 대통령 기념관이 있는 아칸소 주의 리틀락까지 갔다오고,

시카고에서도 며칠이나 머물렀습니다.

피츠버그에 있었던 시간이 까마득합니다.

무슨 시간이 이렇게 빨리 흘러가는지요.

매번 새로운 여행지마다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가득 밀려오는 생각들 때문에

앞의 내용들을 까먹기 전에 그 때 그때 블로그에 글을 올려야 하는데,

시간만 자꾸 흘러갑니다.

때로는 사람들을 만나느라 시간이 없고, 때로는 오랜 시간 운전을 하느라,

그리고 시간이 약간 나면 여행에 지쳐 쓰러져 자느라 또 하루를 허덕이고 있습니다.

   

아·이 엄마!

어쩜 이렇게 귀여운 아이들이 있는지요.

우리 주위를 이러 저리 서성이며 뭔가 도와주려던 아이들.

어른스러운 배려심과 곱고 따뜻한 마음들 모두 부모님께 배운 것이겠지요.

그랬어요.

아이 엄마, 아빠에게서 저희들이 그런 느낌을 받았으니까요.

아무나 들어와 볼 수 있는 블로그라 잠시 고민도 했었습니다.

아이들 사진을 이렇게 막 올려도 되나...

혹시 불편하시면 꼭 말씀해주세요.

바로 삭제하겠습니다.

다만 저희들은 이렇게 예쁜 아이들과 함께 보낸 피츠버그의 시간들을 남에게 자랑하고 싶을 뿐이었습니다.

 

집도 그랬지요.

어찌 그리 단아하던지요.

아이 엄마의 소박함이 그대로 보여지는 곳이었습니다.

정말 편안했어요.

마치 오랫동안 알고 지냈던 사이처럼.

 

아이들 바이올린 레슨이 있는 동안 우리들에게 대학을 구경시켜 주셨지요.

피츠버그에 있는 카네기 멜론 대학.

말씀하신 대로 캠퍼스가 그리 크지는 않은 곳이었지요.

일요일이라 교정에 대학생들이 보이지도 않았었구요.

 

하지만 그러셨어요.

자그마한 학교처럼 보이지만 이 곳 출신 노벨수상자들이 제법 많다고 말입니다.

미국에 들어와서 매번 느끼고 있는 겁니다.

겉만 번지르 한게 중요한 건 아니라고 말입니다.

그곳에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더 열심히 공부하고 연구하는가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을요.

 

하버드 대학, MIT 공대에 갔었을 때도 마찬가지 느낌이었습니다.

싱크탱크로서 전 세계에서 영향력이 가장 강하다는 워싱턴의 브루킹스 연구소에서도

그랬구요.

상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초라한(?) 건물들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생각했었습니다.

 

아주 당연한 진리인데 또 한동안 까먹고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건물들의 내부도 함께 둘러봐 주셨습니다.

 

 

연구실도 보여주셨습니다.

여기는 한국에 있을 때의 교수 연구실 크기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구요.

 

또 그런 말씀도 하셨지요.

미국은 큰 바퀴를 크게 서서히 돌리고 있는 것 같은데

한국에서 일을 할 때는 작은 바퀴들을 쉴 새없이 돌려야 했던 것 같다구요.

해야 하는 일에 대한 시스템이 갖춰져있고, 각 분야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서로 서로 맞물려가며 크게 굴러가는 것과 달리 한국에서는 분야들이 서로 연결되지 않고

각각에서 아주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던 것 같다구요.

그 때 이야기 들을 때는 무릎을 탁 칠 정도로 아주 쉽게 수긍을 했는데,

지금 다시 이 글을 쓰려고 하니, 정확하게 옮기기가 어렵네요.

표현력이 부족한 이유도 있겠지만,

그 보다는 역시 시간이 너무 많이 흘렀나 봐요.

기억이 가물가물 합니다.

 

참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오랜 시간,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그러면서 피츠버그에 어디 다른 곳을 둘러봐야 되는 것이 아니냐고

걱정스러운 듯이 물어봤었지요.

천만에요.

그때나 지금이나 똑 같아요.

어디 안 돌아다니고 이야기를 더 할 것을...

그래도 우리를 데리고 피츠버그 시내를 나갔었지요.

아주 더웠지요.

겉으로 드러나 살이 홀라당 타버리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강가로 차를 몰았습니다. 

 

그리 크지 않은 피츠버그가 한눈에 다 보이던 걸요.

뉴욕처럼 삐죽삐죽 높은 빌딩이 솟아있지는 않았습니다.

워싱턴처럼 끝도 없이 뻗어있던 잔디밭도 없었구요.

잘 짜여진 도시 같았다고나 할까요.

차분한 느낌 같은 거요.

 

강 가에는 돔구장도 보였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자면요. 제대로 잘 못 봤습니다.

왜냐구요?

이런 저런 이야기가 더 재미있었거든요.

차 안에서도 계속되던 우리 이야기 말입니다 .

그리고 바깥 경치 보다 더 이쁜 아이들이 바로 곁에서 웃고 있는데

굳이 밖을 내다 볼 필요는 없었거든요.

 

점심을 먹고 푸니쿨라를 탔었지요.

피츠버그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올라가기 위해서 말입니다.

빨간 푸니쿨라.

참 앙증맞은 거였습니다.

피츠버그로 오신 지 제법 된 거 같았었는데

그 집 식구들도 이 푸니쿨라가 그 때 처음 이셨다면서요.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열심히 공부하는 집안은 뭔가 달라도 다르다니까요.

 

과연 피츠버그가 한 눈에 다 내려다 보였습니다.

미국 어느 도시보다 다리가 많다는 곳.

과연 그랬습니다.  

 

오하이오 강을 가로질러 놓인 도시의 다리가 어찌 그리 많던지요.

강철왕 카네기가 있었던 곳, 미국 산업의 중심지 피츠버그가 과연 맞았습니다.

산위를 오르던 푸니쿨라도 그 역사가 아주 오래 되었다지요.

 

야경이 그렇게 멋있을거라며

밤에 다시 한번 더 드라이브를 하자고 하셨지만

잘 거절했던 것 같습니다.

사람이라는 게 원래 보지 않은 장면도 마음속에서 그려낼 수 있는 위대한 상상력을 가졌잖아요?

그랬어요, 아이 엄마.

이미 마음속에 피츠버그의 야경이 한눈에 그려졌었어요.

그리고 먼 곳으로 여행 온 우리들에 대한 배려까지 이미 마음에 담았는걸요.

고마워요. 

 

높지도 않은 언덕에,

그것도 걸어 올라간 것도 아니고

푸니쿨라를 타고 오르내렸으면서

마치 긴 시간 등산을 한 사람들 마냥 땀에 흠뻑 젖었지요.

다른 아이들 같으면 짜증을 낼 만도 한데,

이 아이들은 어찌 그리 착한지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지금도 귓가에 맴돕니다.

 

 

그래요 아이 엄마.

파란 수영장을 휘저으며 마음껏 헤엄치던 아이들이 자유로운 모습이

더 아름다웠어요.

나무 그늘 아래 의자에 앉아 내 눈 앞에 펼쳐지던 행복한 모습이

정말 좋기만 했어요.

 

서로 다른 곳에서 살아왔어도

마음이 맞는다는 건 참 좋은 일인게 틀림 없나봅니다.

배낭여행이라는 걸 떠나와서 남편이 그렇게 많이 술을 마시는 모습은 처음 이었어요.

정말 즐거웠나봐요.

아주 오랜 시간, 서로를 정말 잘 알고 지냈던 것처럼 그리 편안했나 봐요.

 

우리에게 피츠버그는 그래서 따뜻한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기억될 겁니다.

정말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