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지금은 여행중 /여행 하루하루

20100729 멀고 먼 500miles, 아칸소 가는길.

프리 김앤리 2010. 8. 9. 03:17

미국.

참말로 넓다.

만나는 사람마다 우리에게 묻는다.

"어떻게 다니십니까?"

"뭐, 버스... 지하철..."

"차가 없으세요?"

"배낭여행자가 무슨..."

"아니 그래도, 차도 없이..."

 

차가 꼭 무슨 필수품인 것 처럼,

차가 없다는 말에 화들짝 놀라는 모습들이다.

이런 말을 하고 싶었다.

'한국에서도 차를 팔고나니 얼마나 속이 시원하던지요...'

'여행다니면서 차가 있으니까 고민거리가 더 생깁디다.

 차 없이 여행다니면 우리 먹을 것만 고민하고, 우리 잘 곳만 고민하면 되는데

 차가 하나 덧붙으면  이 녀석 밥(기름)먹일 고민도 해야하고,

 이 녀석 잠자리(주차)도 고민해야 하니 말입니다....'

 

넓디 넓은 캐나다에서도 어찌 어찌 잘 버티었다.

비싸기는(아주 비싸기는) 했지만 대중 교통으로 잘 버티었다.

미국 동부도 마찬가지였다.

보스톤- 뉴욕- 필라델피아- 워싱턴을 잇는 동부 주요도로는

비교적 싼 대중교통(메가버스, 그레이하운드 혹은 중국 버스등등) 노선도 잘 되어 있었다.

시내에서는 더럽거나 말거나(뉴욕 지하철은 어찌 그리 더럽고, 침침하던지) 지하철도 잘 되어있고.

 

문제는 대도시가 아니라 지방 중소도시를 갈 때 생겼다.

워싱턴을 떠나와 피츠버그를 가고 시카고를 갈 때 까지만 해도

좀 끔찍하기는 했지만 그레이하운드가 우리를 잘 실어날랐다.

그런데 거기서 링컨 기념관이 있는 스프링필드(일리노이 주), 클린턴 기념관이 있는 리틀 락(아칸소 주)을

가고 오는 일은 대중교통으로는 거의 불가능했다.

거의 버스노선이 없는데다가, 기차(암트랙)도 자주 없고

게다가 가격은 엄청 비싸고...

 

그래, 드디어 때가 된거다.

우리도 미국 땅에서 차를 몰 때가 된거다.

마음 같아서는 미국 땅에 들어서면서 부터 중고차를 한대 사고 싶었다.

동부에서 차를 한대 사서 미국 대륙을 횡단하고 서부에서 다시 팔고 나오는 뭐, 그런 멋진 계획?

사실 차를 렌트하는 것 보다 그게 더 경제적이기도 하다.

그런데 다들 말린다.

차를 사는 것도 그렇지만 다시 파는게 그리 만만치는 않다고.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3개월(우리 비자가 딱 3개월짜리다)인데,

나중에 차가 잘 안팔리면 어떡하냐고.

또 동부는 차 값이 비싸고, 서부는 싼데

비싼 곳에서 차를 사서 싼 곳에 팔려고 하다간 오히려 돈만 더 들지도 모른다고.

더구나 뉴욕이나 워싱턴 같은 대도시에서는 주차비가 얼마나 비싼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황당함에 짜증날지도 모른다고...

하기야 뭔가를 소유한다는 것은 뭔가 고민을 더 해야하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니까

탈탈 털고 가볍게 다니는 배낭여행의 자유로움을 감할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동부에서는 잘 버티고 다니다가 그러면 시카고쯤에 가서 차를 빌려서

'스프링필드하고 아칸소를 다녀와서 미네소타주의 미네아폴리스로 가서 차를 반납하면 되겠다'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그리 쉬운 것은 아니었다.

렌트를 하면서 처음 빌리는 지점과 나중에 돌려주는 지점의 주가 서로 다르면

그것 또한 엄청남 별도의 금액을 지불해야 했다.

후~~

'그래? 그러면 할 수 없지.

 시카고에서 차를 빌려 이 곳 저 곳 돌다가 다시 시카고로 돌려주는 수 밖에.

 다시 올라와서 시카고를 구경하기로 하고

 시카고에서 미네아폴리스까지는 하는 수 없이 다시 그레이하운드를 타지, 뭐.'

 10시간도 넘는 야간버스를 타야하는 고통이 있겠지만

 이것도 일주일 정도 앞서 인터넷으로 예약하면 일인당 25달러밖에 하지 않았다.

 

피츠버그에서 머물렀던 마음 따뜻한 아이엄마와 아이아빠의 도움으로 시카고에서 차 렌트까지 예약했다.

그리고 시카고 시내에 있는 대형 몰에 가서 네비게이션도 하나 덜컥 사고.

생판 처음 운전하는 동네에서 우리의 길눈은 네비밖에 없을 것 같아서였다.

(사실 우리는 한국에서도 네비게이션이 없었다.

 네비에만 의존하면 마치 길눈 어두운 장님같을 것 같아서...)

 그보다는 한국 길은 우리 눈에 많이 익어 있었고, 조금만 헤매면 별 문제없이 길을 찾을 수 있었으니까...)

 

그렇게 길을 떠났다.

시카고를 떠나 끝없이 펼쳐진 대평원, 저멀리 보이는 지평선을 따라

먼 길을 떠났다.

시카고에서 스프링필드까지 250마일, 그리고 스프링필드에서 아칸소 주의 리틀락까지 500마일.

우리 둘이 동시에 그렇게 좋아하는 아일랜드 노래 Five Hundred Miles, 그 노래처럼...

If you miss the train I'm on You will know that I am gone.

You can hear the whistle blow A hundred miles,

a hundred miles, A hundred miles, ahundred miles, a hundred miles.....

 

500마일.

노래는 그렇게 단순하고 쉽게 부를 수 있는데

정작 운전하는 500마일은 얼마나 멀던지...

Km로 바꾼다면 800Km다.

부산에서 서울까지, 그리고도 다시 얼마를 더 가야 800Km 거리가 될까?

남북 통일이 되고 나면 800Km를 하루에 운전하면서 달릴 수 있을까?

링컨 기념관이 있던 스프링필드에서 리틀락까지가 500마일이지만

시카고에서 시작한다면 모두 750마일. 모두 1200Km다.

한국 땅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가야 1200Km가 될까?

그것도 단순히 가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돌아와야 하는 길...

미국, 참 넓다.

 

일주일 동안 렌트한 우리 차.

(사실 4일 정도만 하면 되는데, 나흘을 빌리나 일주일을 빌리나 가격이 똑 같았다.

 시간나면 시카고의 외곽으로 돌지도 모르니까 그냥 일주일을 빌렸다.

 아참. 보험은 조금 더 비싸기는 했다. 보험은 하루하루 계산하니까...)

 

메이드인 코리아였다.

현대 차.

차량 가격에서 제일 아래급 말고 바로 그 위의 Compact형을 요청했었는데

한국 차를 갖다 준다.

내부 형태가 한국에서 익숙해서 인지 편했다.

먼거리를 가면서 휴게소에서 잠시 쉬면서...

 

고속도로 중간 중간에 있는 쉼터 (Rest Area).

사실 미국에는 고속도로라고 해서 도로 통행료를 받지는 않는다.

길에는 차도 거의 없고, 길이 빵빵 잘 뚤려 있어서 이거야 말로 진짜 고속도로다.

 

쉼터에는 우리나라처럼 음식이나 음료수 같은 것을 파는 데는 없고

관광안내소 같은 것이 있기도 하고, 이 곳 처럼 그냥 테이블과 나무 그늘이 있기만 하는 곳도 있다.

물론 화장실은 필수.

 

뭔가를 먹으려면 도로에서 이탈하여 밖으로 나가야 한다.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숙소, 음식점, 주유소 간판들이 줄지어 나온다.

대개가 숙소나 음식점, 주유소들은 한 곳에 모여있다.

 

밥을 먹으려면 도로 밖으로 나가 음식점을 찾아야 하는데

도로가에 있는 음식점이라는 게 대개 Fast Food 점이다.

미국은 정말 패스트푸드의 천국(지옥?)이다.

맥도널드, 서브웨이, 타코벨....

피하고 싶으나 피할 수가 없다.

한국에서는 쳐다도 안보는 맥도널드.

정말 싫은데...

마침 한번 밖으로 나간 곳에서 대형 슈퍼를 발견했다.

과일, 빵, 몇몇 캔 종류(참치, 복숭아, 크램차우더 스프..), 라면까지 사고

점심으로 샐러드와 닭튀김을 샀다.

맥도널드 보다는 나을 것 같아서...

(그런데 샐러드는 괜찮았는데 닭튀김은 영 아니었다.

 차라리 사람들이 많이 드나드는 맥도널드가 나을 뻔 했다.

 이건 언제 튀겼는지도 모르는 진득진득함. 그리고 억수로 질기면서 이상한 냄새까지 나는 닭다리...)

 

 

그래도 나무 밑 그늘에서 먹을 수 있어서 용서한다.

그래서 또 웃는다.

"뭐가 그리 좋노? 밥 안해서 좋제 !!!"

남편은 실없이 날 놀린다.

같이 여행을 나왔는데, 밥을 안하는 즐거움은 꼭 나만 차지하고 있는 행복인 것 처럼 말한다.

이해가 안되는 한국 남자(아니 경상도 남자)의 오만함(?)이다.

ㅋㅋ

하여튼 좋다.

닭다리가 진득하기나 말기나...

 

그렇게 찾아간 곳이 스프링필드의 Comfort Inn 이라는 숙소.

영화를 보면 많이 나오는 장면?

차를 몰고 가서, 바로 앞에 차 세우고 들어가는...

 

와!!!!

여러명이서 자는 도미토리만 다니다가

깨끗한 방에 널찍한 침대를 보고 탄성을 지른다.

(이럴때 보면 우리 둘은 꼭 어린애들 같다. ㅋㅋ)

 

이 방이 세금까지 다 포함해서 52달러밖에 안한다. 

캐나다는 물론이고 보스톤, 뉴욕, 필라델피아, 시카고 모두 우리가 잤던 호스텔은 일인당 35~38달러가 넘었었는데...

그래서 둘이 합하면 칠십 몇달러, 거의 80달러에 육박했었는데...

그것도 둘이 자는 방도 아니고 6명, 8명  심지어는 15명이 자는  도미토리 가격이 그랬는데...

게다가 보스톤 유스호스텔에서는 빈대한테 물어뜯기기까지...

(요즘 우리가 제일 무서워 하는 건 귀신도, 모기도 아닌 깜깜한 밤 우리를 습격하는 그 놈의 빈대다.

 보스톤 호스텔에서 자고 일어나서 빈대에 물린 자국을 벅벅 긁어대면서 얼마나 욕을 해댔는데...

 "선진국이라는 미국에서 말이야... 빈대나 키우고... 더런 놈들...)

 

차를 타고 도심을 약간 벗어나니

깨끗하고 가격 싼 천국이 기다리고 있었다.

(참 단순하기는... 금새 천국과 지옥이 왔다 갔다 한다.

 내가 좀 그렇다.  금방 좋아하고, 금방 싫어하고...)

 

이렇게 싼 방을 구하는데는 쿠폰 북이 한 몫했다.

시카고 호스텔 한 귀퉁이에서 발견한 쿠폰 북. 그리고 기름 넣느라고 들어간 주유소에서도 발견하고...

일리노이주, 캔사스주, 아칸소 주 등등 

인근 지역의 숙소들을 총 망라해두었다.

 

거길 꼼꼼히 읽어보면

각 도시 근처에 있는 여러 호텔들의 할인 쿠폰이 들어있다.

대게가 35~50 달러 선이다 .

토요일이나 일요이 되면 몇달러 더 오르기도 하고...

 

우하하...

차를 빌리고 다니던 닷새동안 이 쿠폰 북을 얼마나 열심히 봤던지...

방은 얼마고, 인터넷은 되는지,  밥은 주는지, 수영장은 있는지...

우리가 가는 여정에 어떤 호텔들이 있는지...

 

나중에 남편은 그랫다.

"그렇게 파고들면 그 책, 다 외우겠다고...."

ㅋㅋ

 

예전에 학교에 있을 때 그랬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나눠주는 그 많은 종이(그게 학습 자료일 수도 있고, 가정 통신문일수도 있었다)중에

가장 사랑하는 것이 '이달의 식단표'였다.

다른 것들은 아무렇게나 팽개쳐버리는데

'식단표'만은 모두들이 그렇게 애지중지 하고 열심히 탐독(?)했다.

맛있는 반찬이 있는 날은 각종 형광펜으로 색칠도 해놓고,

오늘의 점심 반찬, 내일의 저녁 반찬등은 뭐가 나오는지 미리 예습(?)을 해두어서 꿰뚫고 있었다.

한달동안 손상이 덜 가도록 책상위에 붙여 그 위에 스카치테이프까지 몇겹씩 붙여서 고이고이 간직하고...

 

꼭 내가 그 짝이었다.

애지중지하고, 탐독하고, 예습까지 하고, 필요없는 부분도 다 읽어보고...

ㅋㅋ

배낭여행자의 생존 방식이다.

 

그 덕분에 슈퍼 8이라는 모텔에도 가보고.

 

자동차를 대고 밖에서 바로 방 안으로 들어와

약간 무시무시하기도 했지만....

(왜 미국 영화같은 거 보면 사고는 꼭 이런 곳에서 나더라고...)

 

잔디가 넓게 펼쳐진 Days Inn 이라는 곳에도 머물렀다.

 

여전히 50달러정도 밖에 하지 않는 더블룸에서...

화장실도 다 있고...

잘 차려진 아침밥에... 무한정 제공되는 커피까지...

방엘 들어서자 마자 남편은 침대 어지럽히지 말란다.

사진부터 찍자고.

건너편 거울에 사진을 찍고 있는 남편 모습도 찍혔다.

 

그리고 이런 류의 호텔(모텔? Inn? )에는 어김없이 수영장도 있었다.

실내에 있기도 하고, 실외에 있기도 하고...

 

끝도 없는 대평원을 운전해 오는 길.

250마일의 스프링필드까지의 거리를 지나

리틀락이 있는 있는 아칸소까지의 500마일.

지금까지의 우리 여행 패턴과는 다르게 

럭셔리한 여행을 경험하고 있다.

 

대중교통과 호스텔이라는 돈 없는 사람들이 이용하는 시설이 오히려 더 비싸고

자가용 차를 소유한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도시 외곽의 모텔이 더 싸고 멋진

희안한 미국 여행을 하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