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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24 기억도 가물가물한 캐피톨 리프 국립공원

프리 김앤리 2010. 9. 3. 16:32

오랜만에 올리는 글입니다.

캐피톨 리프 국립공원(Capitol Reef National Park)의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마치 무슨 숙제 같습니다.

딱히 내 한테는 좋을것도 없는 것 같은데 반드시 해야하는 것이고,

하기 전까지는 늘 한쪽에 부담감 같은 게 있고,

다하고 나면 그저 속이 후련한 '숙제' 말입니다.

그런데 숙제의 가장 큰 골치덩어리는

'오늘의 숙제'를 겨우 다하고 후련해 하고 있는데

내일이 되면 '그날의 숙제'가 또 덜컹 주어진다는  것입니다.

끝이 나지 않는 숙제...

여행을 다니면서 블로그에 글을 올린다는 게 저에게는 꼭 숙제 같습니다.

 

ㅋㅋ

오늘도 숙제 하러 갑니다~~~~.

그래도 학교 다닐때는 실컷  숙제를 해도 봐주시는 분이 선생님 한분 밖에 안 계셨지만

이건 아니잖아요?

그 때는 밤을 새서 해 간 숙제를 재수없이(?) 검사를 안하기도 했는데요, 뭘.

그에 비하면 이 숙제는 기다리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 그것 하나 만으로도 훨씬 그 보상이 크잖아요?

ㅋㅋㅋ

그래서 오늘도 다시 힘을 내서 아자!!! 아자!!!

신나게 숙제 하러 갑니다~~~~.

  

눈물 날만큼 아름다웠던 붉은 바위의 계곡, 브라이스 캐년에서 이틀을 보낸 우리는 다시 길을 떠났습니다.

오늘은 캐피톨 리프 국립공원을 찾아가는 길입니다.

유타주 12번 도로를 타고 또 한참을 차를 몰아야 합니다.

이 길은 Grand Staircase를 지나야 합니다.

 

워낙 땅덩어리가 넓은 미국땅이지만

유명한 국립공원들은 유타주에 아주 많습니다.

수천만년전 지각 변동시절, 땅이 뒤집어지면서 만들어낸 대단한 대자연의 작품들이 유타주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어느 곳은 갈라 찢어지며 수많은 협곡을 만들어내고, 어느 곳은 솟아올라 바위 기둥들을 만들어내고,

또 어떤 곳은 땅이 뒤틀어지며....

어느 곳은 여전히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미지의 세계입니다.

  

가던 길을 멈추고 어느 협곡 앞에 앉았습니다.

눈길 가는 곳, 어디까지 내다보아도 사람의 흔적이라고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저 광활한 자연뿐입니다.

 

그런데 대단하지요.

이 길을 자전거로 움직이는 사람도 있습니다.

목이 말라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언뜻 해봅니다.

자동차의 기름이 다 떨어지면 어떡하나, 두려움으로 운전을 하고 있는 우리와는 다르게

저들은 느릿느릿 자신의 속도로 자연을 감상하고 있습니다.

저 앞에 차를 대고 누군가가 기다리고나 있을란지... 걱정이 됩니다.

 

유타주 24번 도로와 만납니다.

캐피톨 리프 국립공원이 가까워졌나 봅니다.

Capitol 이라는 게 미국 국회의사당을 뜻하기도 하고, 예전 고대 로마의 쥬피터 신전을 뜻하기도 하는데

여기에서 Capitol이라는 것은 쥬피터 신전이라는 게 더 어울립니다.

신을 향해 제사를 지내던 땅.

불쑥 솟아오른 거대한 바위가 '바위기둥' 혹은 '암초'를 뜻하는 Reef와 어울려

고대 로마의 쥬피터 신전처럼 솟아오른 곳이 바로 Capitol Reef 국립공원이기 때문입니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기도 전에 만나는 캐피톨 리프 국립공원의 굴뚝 바위(Chimney Rock).

주위의 바위 색깔들이 또 붉게 변하고 있습니다.

 

굴뚝 바위를 지나서도 한참을 더 달립니다.

 

거위목 처럼 굽어있는 장소에 뷰포인트가 나옵니다.

Goosenecks Overlook 이랍니다.

앞 쪽으로는 광활한 전경이 펼쳐지고 뒤로는  붉은 바위군들이 성처럼 둘러싸여 있습니다.

캐피톨 리프 국립공원의 The Castle 바위입니다.

 

렌즈 쭉... 당겨서 남편의 모습도 한 장 찍습니다.

 

아아~~~

여기서도 자전거 족들이 보입니다.

대단합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건지요?

이 더위를 어떻게 이기고 있는 건지요?

 

'더위를 이긴다...'

이 말도 가만 생각해보면 인간의 건방짐일지 모릅니다.

어쩌면 이겨야 하는 더위가 아니라,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맞는지도 모릅니다.

거대한 자연을 앞두고 왜 인간들은 꼭 '이긴다' , ' 정복한다' 라고 표현해야 했을까요?

너무 두려워서 그랬을까요?

자연은 인간을 이기려고 하지 않는지도 모르는데,

인간은 꼭 자연을 이겨야 했을까요?

무한 경쟁시대에 살고 있는 인간이라서 그랬을까요?

원시시대에는 자연을 숭배했는데 말이죠....

 

아아 ~~~ 이것도 바보같은 말일까요?

이렇게 과학이 발전한 시대에 살고 있으면서

원시 샤머니즘 따위(?)를 생각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후훗~~~ 너무 더워 더위를 먹고 있나 봅니다.

 

드디어 캐피톨 리프 국립공원 비지터 센터 간판이 보입니다.

우리는 진작부터 이미 캐피톨 리프에 빠져있는데 이제서야 간판이 보이다니요...

미국 땅, 참말로 넓습니다.

 

배가 고픕니다.

부엌과 주방시설이 다 갖춰져 있던 유럽의 호스텔들과 달리

우리나라 여관 같은 미국의 Inn들을 숙소로 쓰고 있으니

밥 먹는게 여간 불편한 게 아닙니다.

밥을 해먹을 수도 없고, 호텔 아침밥이라고 나오는 게 와플이니 쨈이니 모두 달달한 거 밖에 없으니

입이 늘 심심합니다.

식당엘 가도 느끼한 것들만 나오고, 슈퍼에 가도 순 깡통들 밖에 없으니...

 

오래전부터  캐피톨 리프 지역에 터를 잡고 농사를 지으며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는 히스토릭 싸이트에 가서

오늘도 우리의 점심으로 달콤한 빵을 샀습니다.

참... 쩝... 맛이 또 그러하네요...

 

16km Scenic Drive로 차를 몰아 들어갑니다.

깊은 협곡이 있는 곳이랍니다.

포장도 되어 있지 않은 길,

붉은 흙먼지가 풀풀 날립니다.

검은 우리차가 모래를 흠뻑 뒤집어써 붉게 변합니다.

 

거대한 협곡입니다.

수직으로 높게 치솟은 거대한 바위 협곡입니다. 

 

좀 더 깊숙한 곳으로 걸어들어갑니다.

또 한번 적막함 뿐입니다.

사방천지가 고요함, 그 자체입니다.  

 

아!!! 아!!! 소리를 쳐봅니다.

바로 옆의 바위에 우리 소리가 부딪혀 금방 되돌아옵니다.

"아!!! 아!!!"

바로 옆에서 메아리가 칩니다.

 

이 곳에는 1년에 겨우 8인치 정도의 비만 온답니다.

그래도 한꺼번에 내리는 비로 늦여름이면 홍수가 나기도 한답니다.

그러면 이 협곡을 따라 물이 쏟아져 들어와  위험해 지기도 한다네요.

여름 한 낮에는 기온이 치솟다가 저녁이면 5~6도로 팍 떨어지기도 한다는

극심한 온도차가 있다는 곳.

이 곳에도 어김없이 나무는 자라고 있습니다.

햇볕만 있으면... 그리고 조금의 물이라도 있으면...

 

수천만년전의 바위에 손을 한 번 얹어봅니다.

장고한 세월의 엄청난 기를 받고 돌아나옵니다.

 

예전에 이 곳에 살던 네이티브 아메리칸들은

캐피톨 리프 국립공원을 'The Land of  Sleeping Rainbow'라고 불렀답니다.

'잠자는 무지개의 땅'....

 

무지개가 뜨면 이 성벽위에 걸렸을까요?

......

 

다시 돌아나와 캐피톨 리프 국립공원을 관통하는 24번 도로를 탑니다.

 

사실 우리가 캐피톨 리프 국립공원엘 꼭 오고 싶었던 이유는

다른 국립공원에서는 볼 수 없는 거대한 'Waterpocket Fold'를 보기 위해서입니다.

6천5백만년전 콜로라도 분지에 지각 변동이 일어나 땅이 완전히 뒤집어 지면서

물결이 지나간 접혀진 모양의 대지각이 이곳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 접혀진 자국이 160Km의 길이에 이른다니 그 얼마나 장관이겠습니까?

아까 갔던 16km Scenic Drive에서도 그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하나

차를 몰면서 옆으로 지나가자니

그게 그냥 땅이 한쪽으로 치솟아 오르고 울퉁불퉁한 것처럼만 보여 영 우리 성에 차지 않았습니다.

지도를 보면 다시 차를 몰아 공원 밖으로 나가서 다른 길로 돌아오면 그 장엄한 풍경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다시 차를 몰아 길을 갑니다.

 

이제는 도로 번호도 없는 그냥 털털길입니다.

지도에 의하면 50Km도 넘는 거리입니다.

갈까? 그냥 포기할까?

아무도 없는데?

차도 한대 보이지 않는데?

이러다 오늘 저녁, 잠자리는 구할 수 있을까?

그냥 갈까?

...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꼭 봐야되냐? 사진으로 봐도 되잖아... 너무 멀잖아...

다시 돌아와야되니까 100Km잖아...

포장도 안돼 있어서 시간이 많이 걸릴지 않을까?

곧 어두워질텐데???

 

툴툴 거리면서 어느새 우리는 털털 길을 달리고 있었습니다.

 

얼마를 달렸는지 모릅니다.

그냥 똑같이 생긴 땅이 계속 나오고,  Waterpocket Fold 라는데를 짐작도 할 수 없습니다.

아까 그게 그거였나?

아까 공원안에서 본 게 그거였나?

그냥 땅이 치솟아 있었는데?

뭐지...

계속 안으로 차를 몰았지만 여전히 워터포켓 폴드는 우리 눈 앞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비지터 센터에서 나누어준 공원 안내지도에는 이렇게 멋진 장면이 연출되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왜 우리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겁니까?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흙먼지를 홈빡 뒤집어 써가며 달려오고 있는데...

....

한참을 달리다 다시 안내지도를 꺼내 보았습니다.

분명히 지금 우리가 가고 있는 길도 한치의 굽음 없이 쭉 달려가고 있는게 맞는데...

지금쯤 우리 눈 앞에도 나타나야 하는데...

...

아뿔싸...

지금 우리 옆으로 나 있는 이 언덕이 사진 중간에 보이는 높은 언덕인 모양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달려가고 있는 이 길은?

사진에 똑바르게 나있는 황토색 길입니다.

이 사진은 공중에서 찍은 사진이었던 겁니다.

하늘 높은 곳에서 거대한 거인의 눈으로 봐야 거대한 자연이 보이는 거였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바로 그 옆에서 조그만 차로 달리면서 그 거대한 걸 보자니

우리 눈에 보일턱이 있습니까?

거인 나라에 들어간 난쟁이가 지금 만지고 있는 게 거인 발인지, 거인 발등인지도 모르고

마치 하나의 거대한 산등성이를 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랑 똑 같은 거지요.

 

워터포켓 폴드는 커녕 그 귀퉁이 조차 감잡지 못하고 포기해야 했습니다.

아니 분명 지나 온 거는 맞으나 우리 눈으로 확인을 못했을 뿐이지요.

애시당초 차를 몰아 털래털래 가는 거로는 불가능 한 일이었습니다.

 

다시 한참을 달려 길을 돌아나왔습니다.

생판 처음 간 동네에서도 귀신 같이 뭘 잘 찾아낸다며

오만방자하게 굴던 배낭여행자 부부 둘이 팍 기가 죽었습니다.

완전 헛탕만 치고 돌아오면서

"미국 땅이 정말 넓다, 미국 국립공원 정말 대단하다... 그 큰 걸 어떻게 찾아?'

괜히 툴툴거리기만 합니다.

"뭐, 성공만 하면 우리 여행이 무슨 재미가 있겠어"라며

나름 핑계를 찾아내며 말입니다.

 

해가 완전히 넘어가기 전에 오늘 저녁 잠자리를 찾아야 합니다.

다른 차들은 가지도 않는 이상한 샛길로 들어갔습니다.

도로 번호가 없음은 물론 지도에도 점선으로 표시되어 있는 길입니다.

빨리 가야한다는 초조함에 네비게이션이 시키는 길로 빠져들어간 길입니다.

'가장 빠른 길'로 안내한다며 때로는 네비가 이상한 짓도 하는데

시간이 급하다 보니 네비를 믿을 수 밖에요...

 

그런데.. 네비가 인도하는 길...

공식 지도에도 점선으로 표시되어 있는 의심되는 길...

주변 풍경이 낯섭니다.

오가는 차 한대 만날 수 없는 걱정되는 길...

...

그런데???

으흐흐흐...

멋진데 !!!!

 

달나라 같습니다.

이 세상 풍경이 아닌 것 같습니다.

사람이 손길이 한번도 닿지 않은 곳 같습니다.

으하하하...

워터포켓 폴드는 못봐도 또 다른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는 구나...

멋진 걸~~~

 

정상적인 길로 접어 들었습니다.

다시 유타주 24번 도로입니다.

시속 110km. 쌩쌩 달립니다.

이제부터는 색깔이 없어졌습니다.

 

무채색의 세상이 펼쳐집니다.

 

마치 무슨 탄광에 들어온 것 같습니다.

 

간간히 옅은 붉은 기운이 감도는 바위를 만나기도 하지만...

 

어릴 때 다니던 초등학교 뒤편에 있던 연탄 공장 마당에

쌓아올려 놓았던 탄가루 같습니다.

온 사방천지가 탄가루 뒤집어 씌워놓은 검은 바위들입니다.

미국 땅에는 붉은 바위만 있는 게 아니엇습니다. 

 

다시 색깔이 있는 세상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오늘 저녁 잠자리를 잡아야 합니다.

오늘 저녁우리가  둥지를 틀 곳은, 가는 사람들마다 감탄한다는 '아치스 국립공원' 아래입니다.

해가 다 져서 깜깜해 지고 난 이후에야 우리는 아치스 국립공원 아래, 모하브라는 동네에 도착했습니다.

 

오늘 숙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