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지금은 여행중 /여행 하루하루

20101017 시에라네바다 산맥 동쪽, 맘모스 레이크의 가을

프리 김앤리 2010. 10. 20. 16:16

캘리포니아주의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시에라네바다 산맥을 넘어왔다.

아직 가을을 시작하지도 않은 요세미티와 달리 이곳은 늦가을의 문턱을 넘어서고 있었다.

 

3000m가 넘는 산 꼭대기에는 눈이 쌓였다.

 

늦은 저녁 타이오가패스를 넘어온 우리의 잠자리는 맘모스 레이크(Mammoth Lake) 라는 이름도 처음 들어본 마을이었다.

모노 레이크가 있는 Lee Vining에서 잠자리를 구하고 싶었으나 다  Full이란다.

주말도 아니고 성수기도 아닌데다 유명한 곳도 아니라는 생각에 예약도 안하고 건방을 떨었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여행지에서 떠는 건방의 결과는 역시 '오지게 고생'하는 것이다.

 

시에라네바다 산맥의 동쪽 마을들은 현지인들에게는 인기있는 휴양지였다.

게다가 그곳은 태평양에 면해 있는 서쪽보다 계절이 빠르고 눈이 많이 내리는 곳이라

'겨울'이 더 성수기였다.

모노레이크가 있는 Lee Vining에서 30Km도 더 떨어진 맘모스레이크에서도 몇군데의 호텔을 둘러다니고서야

겨우 빈 방 하나를 구할 수 있었다.

해발 2,000m도 넘는 마을, 맘모스레이크에서 상쾌한 아침을 맞는다.

 

간밤에 내린 비로 마을 전체가 촉촉하다.

 

마을 뒷산을 오른다.

여기도 '완전 무장'한 철제 쓰레기통이 있다.

음식 냄새를 맡고 나타나는 '곰'에 대한 대비겠지?

어제 저녁 우리 숙소에도 이런 '완전 무장' 쓰레기통이 있었다.

'겨울을 준비하고 있는 곰이 매일 저녁 방문해주신다'며

'절대 차 안에 음식을 두지 말라'는 경고문을 보고 피식 웃는 우리에게

농담이 아니라며 음식 보관을 잘 하라던 호텔 스텝.

덕분에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져온 김치랑 밑반찬, 10Kg짜리 쌀푸대까지 이층 우리방으로 옮기면서 힘이 들었었는데...

간밤에도 진짜 우리 숙소에 곰님들이 출몰하여 주셨는지 어쨌는지는 잘 모르지만

요세미티에서 만난 바짝 마른 곰이 이 겨울을 어떻게 준비하는지 걱정도 되고 또 궁금하다.

 


상쾌한 아침, 숲길을 걷는다.

 

비맞은 나무들도 아침을 맞고 있다.


 

아직 아무도 찾지 않은 이른 아침.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적막한 숲길이다.

 

따스한 햇살이 비치기 시작하고.

 

지금 이대로였으며 좋겠다.

지금 느끼는 이 행복함 그대로였으면 좋겠다.

고요한 숲길, 따스한 햇살, 상쾌한 공기...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아!!! 가을이다.

한여름 푸르던 나뭇잎들이 물들기 시작했다.

 

별로 말이 없다.

한참을 같이 걷고 있어도 둘이 나누고 있는 이야기는 없다.

그냥 느끼고 있다.

그냥 걷고 있다.
 

지난 여름, 이유도 모르는 채 엄청 아팠던 지난 여름.

그 계절을 보내고 지금은 편안한 가을 속을 걷고 있다.

아무 말이 없어도 된다.

그저 앞으로 먼저 가기도 하고, 때로는 뒤쳐지기도 하고,

또 때로는 나란히 걷는 편안한 아침 산책길이다.   

 

차를 몰아 산위로 오른다.

숲길을 걷고 있을때는 지금 우리가 다른 나라를 여행하고 있다는 생각을 잠시 잊었던가 보다.

저멀리 높은 산군들이 보이기 시작하자, 이 곳이 미국의 캘리포니아주라는 사실을 문득 깨닫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좀체 볼수 없는 대빵만한 솔방울을 주워들고서야

이 곳이 우리에게 낯선 곳이라는 것을 느낀다.

지금 우리가 여행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린다.

 

잘 있습니다.

참 잘 있습니다.

 

 

 

< 다른 곳, 같은 모양 >

맘모스레이크 마을에서 유명한 건, 물론 맘모스레이크다.

물론 맘모스 레이크 이외에도 에머랄드 레이크, 바렛 레이크, 크리스탈 레이크등 다른 호수들도 많고

그 옆으로 나 있는 멋진 초원지대도 걸어 볼 수 있다.

그리고 겨울이면  엄청난 자연 눈이 쌓이는 스키장과 스키 리조트 시설도 잘 되어 있다.

그런데 이 마을에서 우리의 눈길을 끈 것은 'Devils Postpile'이었다.

화산활동의 결과로 만들어진다는 주상절리를 여기서도 또 만나다니...

 

우리나라 제주도에서도 만날 수 있는 주상절리,

우리는 지난해 아일랜드 북쪽 해안 자이언트 코지웨이에서도

올 여름 미국 와이오밍주에서도 꼭 같은 모양의 바위덩어리들을 만날 수 있었다.

전혀 다른 곳에서 만나는 같은 모양의 바위들.

같고도 또 다른 세상이다.

 

맘모스레이크 마을에 있는 Devils Postpile.

 

각진 바위기둥들이 솟아있는 모습이다. 

 

우리나라 제주도에서 볼 수 있는 주상절리.

 

올 여름,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만난 Devil's Tower

관련 글 : http://blog.daum.net/freeleeandkim/713 

             '드디어 미국의 자연과 만나다.록키마운틴, Badlands,Devils Tower' 

 

지난해 여름, 아일랜드 북쪽 해안의 자이언츠 코지웨이

관련 글 : http://blog.daum.net/freeleeandkim/382
           '상상할수 없는 광경, 자이언트 코치웨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