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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17 무지개 뜨는 죽음의 계곡, 데스밸리 첫번째 이야기

프리 김앤리 2010. 10. 22. 15:35

죽음의 계곡, 데스밸리(Death Valley)로 간다.
끝이 없는듯한 황량함, 해수면보다 더 아래에 있는 미국에서 가장 뜨거운 땅,
바람소리 조차 잠자는 적막한 죽음의 대지.
지금 우리는 데스밸리로 간다.

 

요세미티쪽에서 이미 시에라네바다 산맥을 넘어왔건만
데스밸리를 가는 길은 다시 높은 산들을 한참 넘어가야 했다.
일년에 몇방울의 비만 내린다는 건조한 곳, 데스밸리.
그런데 오늘 우리가 넘어가는 길엔 비가 내린다.
데스밸리에는 축복인걸까?
무지개까지 뜬다.

 

무지개가 걸려있는 저 곳 너머가 데스밸리다.
우리는 무지개가 있는 곳까지만 가면 된다.

 

이쪽 땅 위에서 저쪽 땅끝까지 걸려있는 완전한 무지개.
산 위에 걸려있던 쪼가리 무지개만 봐왔던 우리에게는
이렇게 완벽한 무지개를 보는 것만 해도 가슴이 벅차다.

 

무지개만 따라 한참을 달려간다.
산을 넘어가고, 계곡을 넘어가도 결코 무지개를 잡을수는 없었다는 어린날 읽은 동화처럼
한참을, 아주 한참을 달려갔지만
여전히 무지개는 우리에게서 꼭 그만큼 저 멀리의 거리에 있다.
우리는 지금 환상을 쫓고 있는 것일까?
죽음의 계곡에서 생명을 찾고 있는 것일까?

 

오늘 저녁 우리가 묵어갈 숙소에 도착했다.
사막 한가운데 사람들이 쉬어 가는 곳이다.
물이 나는 오아시스다.
스토브파이프 웰스 빌리지 (Stovepipe Wells Village).
서부 개척 시대에 서부로 가는 사람들에게 물을 제공하고 잠자리를 제공했던 곳이다.
오늘은 피곤하고 목마른 우리들을 맞아주는 오아시스다.

 

방안에 가방을 던져두고 밖으로 나선다.
해가 지기 전에 바로 앞에 있는 모래언덕에 오르기 위해서다.

 

Sand Dune.
모래 언덕 너머에도 여전히 무지개는 걸려있다.

 

지금 막 우리가 넘어온 산맥에는 구름이 만든 그늘과 태양이 만든 햇살을 함께 담고 있다.  

  

데스밸리의 모래 사막으로 한발 한발 걸어 들어간다. 

 

모래 언덕을 오른다.

 

지금 우리는 어디까지 와 있는 것일까?
지구별 어디쯤에 있는 것일까?

 

데스밸리를 다녀온 한참동안이나 눈을 감아도 머리속에서는 그 황량한 모습이 지워지지 않았다던 아이엄마,
1년의 미국 생활동안 데스밸리의 매력에 빠져 일곱번이나 찾아왔다는 활동가,
뜨거운 뙤약볕 아래, 길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속에서도 그저 그 속을 헤매고 다녔다는 교수님 부부...
그들은 모두 데스밸리에 찬사를 보냈다.
그러나 우리에게 있어 데스밸리는 지금 이 순간까지는 무지개만 그려져 있다.
'죽음의 계곡'이라는 단어와는 어울리지 않는 듯한 '선명한 일곱빛깔의 무지개'만 다가왔다.
그리고 저녁 노을과 함께 이 모래언덕만이 다가왔다.

 

 

저 멀리 모래언덕의 끄트머리에 올라서있는 저 사람에게 데스밸리는 어떤 모습으로 다가 오고 있을까?

 

그리고 모래 언덕에 온 몸을 맡긴채 그저 어두움을 기다리고 있는 이 사람에게 데스밸리는 어떤 모습일까? 

 

어둠이 내린다.
또 하루가 지나간다.
 

내일이면 데스밸리의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리라.
그 곳에선 또 무엇으로 데스밸리가 다가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