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사는 이야기

나타샤님의 고향, 해운대1

프리 김앤리 2011. 1. 3. 23:55

 

"어디 사세요?"

"부산 해운대요."

언제부턴가 살고 있는 곳이 어디냐는 질문에 나는 그냥 부산이라고 대답하지 않고  '부산, 해운대'라고 말한다.

해운대를 사랑하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하기 때문이다.

여고시절, 양정에 살고 있던 나는 일요일 아침이면 새벽같이 일어나 해운대에 가서 바다위에 아침해를 띄우고

학교에 공부를 하러 가곤 했다. 붉은 바다에 떠오르는 해를 보고 나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다.

대학을 다닐때도, 그 이후에도 마음이 피곤해지면 내가 찾는 곳은 역시 해운대 바다였다.

여행을 다니면서도 외국의 숱한 바닷가에서 내가  떠올리는 곳은 늘 해운대였고,

그 곳이 아름다운지 좋은지 어떤지 비교의 기준은 항상 해운대였다.

남들은 다 좋아하는, 한번 올라가면 가능하면 내려오지 않으려고 한다는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에 살던 시절에도

나의 가장 큰 불만은 넓게 펼쳐진 해운대 같은 바다가 없다는 것이었다.

아무 거칠것 없는 탁트인 바다와 시원한 바람, 때로는 잔잔하게 때로는 미친듯이 이는 푸른 파도를 보지 못하는 나날들이 계속되면

나는 늘 우울해졌다.

그래서 우리 주거의 선택은 주저없이 부산 이었다.

어느 곳에 살고 있든지, 어디를 다니고 있든지

해운대는 그렇게 늘 나의 고향이었다.

찾아만가면 항상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주는 바다가 있는 곳.

 

내 블로그의 아주 소중한 방문객, 나타샤님의 고향도 해운대란다.

오늘은 나타샤님의 청춘이 묻어있는 고향, 해운대를 선물한다.

바다 짠 내음까지 같이.

 

.

나타샤님! 해운대는 이렇게 그대로 있어요.

당신이 살았던 그 때랑 아마 이 바다는 그대로 일거예요.

시험 시작이면 그 준비로 커피 한잔,  시험중에 잘 하고 있다고 용기주면서  한잔

시험 마치면 무사히 마쳤다고 다시 한잔을 마시던 그 바닷가예요.

커피 향과 함께 바다내음도 맡고 계신가요?

 

여긴 해운대 백사장의 제일 왼쪽이랍니다.

딱 여기까지만 차가 들어올 수 있지요.

오늘은 새해의 첫 일요일이라 사람들이 많이 찾아왔어요.

그리고 언젠가부터 겨울이면 이 곳에는 갈매기들이 아주 많이 찾아옵니다.

여름에는 북적거리는 사람들때문인지 통 나타나지 않는 녀석들이 겨울에는

이렇게 해운대를 찾아와 사람들과 함께 바닷가 모래사장을 가득 메워버린답니다.

 

?

거기 제일 왼쪽에서 바라보이는 해운대지요.

많이 변했지요?

속상하실지도 모르겠네요.

저도 그래요.

예전에는 이 곳에서 하늘을 바라보면 하늘이 열려 있었지요.

지금은 아파트와 높은 빌딩들이 하늘을 다 가려버렸답니다.

그래도 뭐, 괜찮아요..

저는 이쪽으로는 잘 안쳐다보거든요.

이들을 등지고 늘 앞쪽만 본답니다.

그러면 바다가 열려있어요.

푸른 빛이 하늘 언저리인지 바다 언저리인지 그냥 하나가 되어 넓게 펼쳐져 있거든요.

그러면 마음이 시원해져요.

 

새해의 첫날 자전거를 타고 나갔다고 했었지요.

제가 간 길이예요.

해운대 바다가 보고싶다는 당신의 글을 읽고 다음날도 다시 바다로 나섰지요.

어찌나 바람이 매섭던지요.

당신이 아니었다면 그냥 집 안에 웅크리고 있었을건데 당신 덕에 다시 바다를 만날 수 있었지요.

저렇게 둥게둥게 옷을 껴입고 말입니다.

아직 비틀거리는 자전거지만 달리는 자전거 위에서도 저는 빌딩 숲을 보지 않고

햇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바다를 보면서 달렸습니다.

저기 멀리 동백섬 옆으로 조선비치호텔이 보이시나요?

예전엔 딱 저 건물 하나만 있었더랬지요.

그땐 정말 황홀한 해운대였었는데...

 

바람이 매서운데도 오늘은 사람들이 참 많이도 왔네요.

철지난 겨울바다는 쓸쓸해야 제맛인데, 요새 해운대는 그럴 겨를이 없어요.

여름은 여름이라고 사람이 많고, 겨울은 또 겨울대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답니다.

여전히, 제가 어릴적 놀던 그 모습 그대로 사람들은 파도근처까지 갔다가 밀려오는 파도를 피해 달아나기도 하고

꺄르르 웃기도 하고, 그냥 거닐기도 하고.

옛날에는 동백섬이 우범지대라고 했었잖아요?

해가 지면 혹시 깡패라도 나타날까봐 걸어다니지도 못했다는.

그런데 요즘은 거기가 얼마나 좋아졌는데요.

차는 전혀 다니지 못하구요. 자전거도 물론 안되구요.

오직 걸어다니는 사람들만 다닐 수 있는 아주 멋진 길이 나있어요.

동백섬을 한바퀴 돌면 멀리 광안대교도 다 보이고,

등대가 있는 곳부터 조선비치 호텔까지는 거의 바다 아래까지 내려갈 수 있도록 나무 데크도  만들어 두었답니다.

그러면 바다 바람이 그대로 내 얼굴에 와 닿지요.

저녁 11시, 12시까지도 사람들이 걸어다녀요 .

제가 아주 사랑하는 길이지요.

여행다니느라고 이 1~2년은 많이 못갔는데 보통때는 저녁 산책으로 일주일에도 몇번씩이나 제가 걷는 길입니다.

거기서 바라보이는 달맞이 고개너머의 보름달은 얼마나 환상이게요.

언젠가는 제가 보름달 떠있는 달맞이 고개의 사진을 올릴께요.

 

보이세요?

동백섬 아래로 이어져 있는 아주 작은 길? 그리고 부서지는 파도?

파도는 너무 순간이예요.

한참을 그냥 바라보고 있으면 오만가지 모습을 다 보여주는데

찰나의 사진으로는 출렁이는 파도를 다 담아내기는 어려워요.

그래서 바다는 오래도록 그냥 바라보고 있어야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ㅋㅋ

여기는 동백섬 너머로 보이는 또 다른 해운대입니다.

예전엔 이곳에 아무것도 없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 하늘 높은 줄 모르는 높은 아파트들이 줄줄이 올라가고 있어요.

이 곳에 있는 사람들은 매일 바다에서 해가 뜨는 걸 보거나 노을진 바다를 볼수 있다지요.

우리는 이들의 집 유리창에 어리는 눈부시게 붉은 노을빛을 감상하구요.

ㅋㅋ

한 아파트 두 동밖에 사진을 안 찍어서 그렇지 사실은 여기부터 수영만 요트경기장까지 아파트들이 아주 빽빽하게  들어서 있어요.

거기 중간에 들어서면 하늘이 보이지 않아요.

이들이 바다 위에다 집을 지을수 없는게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비록 밖은 다 점령해도 그래도 해운대 바다는 그대로,

저의 고향, 나타샤님의 고향 바다는 그대로 남겨두었으니 말입니다.

 

우리 집은요.

해운대 바닷가에서 걸어서 딱 10분거리에 있어요.

신시가지 끄트머리예요.

며칠전까지는 바다를 가려면 무조건 걸어서 갔었는데

요 며칠사이에는 이렇게 자전거를 몰고 갑니다.

우리 집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길, 이렇게 자전거 도로가 잘 나와있습니다.

여기도 당신의 고향, 그리고 나의 집이 있는 해운대입니다.

 

덧붙이는 말.

** ^_^** 아직도 해운대는 많이 남아있어요.

            바다가 보이는 장산도 있구요, 해운대에서 송정까지 바다가 보이는 소나무 숲길도 있구요.

            달맞이 고개도 있습니다.

            그리고 또...

 

            혹시 태풍부는 날 바다에 나가보셨나요?

            저 깊은 바다속까지 다 뒤집어져 무섭도록 시커먼 파도가 몰아치는...

            해뜨는 바다, 안개낀 날의 바다 그리고 언덕길, 맑은 날이면 대마도를 바라볼수 있는 바다 언덕위 정자....

            아직도 당신의 고향 이야기는 더 남아있답니다.  **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