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지금은 여행중 /여행 하루하루

2년간의 여행 끝. 2010 겨울 일본 하카다에서

프리 김앤리 2011. 2. 16. 00:11

 

 

참 뜬금없다.

여행을 끝낸지가 벌써 2개월이 지났는데...

이미 일상으로 돌아와 우리둘은 예전처럼 바쁘게 생활하고 있는데...

 

지난 12월 말 우리들의 여행은 끝이 났다.

2009년 3월 초 중국베이징에서 시작한 우리들의 여행.

중국- 라오스- 태국- 네팔- 인도- 이란 - 잠시 한국으로 들어왔다가

다시 영국으로 - 아일랜드- 스코틀랜드- 영국- 아이슬란드- 스위스- 프랑스 - 이탈리아- 체코-독일- 덴마크- 스웨덴

- 노르웨이 - 덴마크- 독일- 벨기에- 프랑스- 폴란드- 우크라이나- 러시아- 핀란드-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폴란드- 슬로바키아- 헝가리 - 루마니아- 불가리아-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 이탈리아- ㅡ크로아티아-

보스니아- 알바니아- 마케도니아- 그리스- 이집트- 요르단- 시리아 - 터키로 1년간 돌아다니다 다시 한국으로 들어와 3개월간 휴식을 가지고

2010년 6월 다시 캐나다로 출국- 미국 - 몸이 아파서 한국으로 또 잠시 한국으로 들어왔다가 다시 미국으로 나가서 11월에 한국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12월 마지막으로 일본까지.  마음먹고 시작한 2년동안의 우리의 여행이 끝난 것이다. 

낯선 세상을 보고 싶어서 나선 길.

우리는 내내 낯선 것을 뒤적거렸다.  

 

며칠전 만난 선배가 묻는다.

"그래 그 긴 여행동안 무얼 배웠어?"

...

참 의외의 질문이었다.

대개는 어디를 갔다 왔느냐? 돈이 얼마 들었냐? 어디가 좋더냐라는 비슷한 질문을 하는데

그러면 이제는 묻는 상대의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대답을 잘 해왔었는데...

무얼 배웠냐는 질문에 순간 나는, 까마득했다.

"겸손을 배운 것 같아요."

"겸손... 너, 참 여행을 잘 한 것 같다."

 

그럴까?

정말 잘 한 걸까?

한국의 일상에서는 세상 모든 것을 다 아는 듯하게 떠들어대지만

여행을 다니고 있는 순간에는 진심으로 '겸손'을, '겸허함'을  다짐했었다.

 

일단은 끝이 났다. 마음먹고 세상으로 나선 2년간의 여행은.

끝을 내고도 블로그의 글을 정리하지 못했다.

그냥 '끝!!!' 하고 써버리면 그만인 것을, 정말 아쉬운 것도 하나 없는데 어떻게 정리해야 할 지 몰라 근 보름을 미적거렸다.

 

그런데, '겸손' 이거 하나 배운걸로 됐다.

순간순간 까먹고 다시 건방을 떨며 일상에 남아있지만

한순간도 빠짐없이 '겸손'이란 단어를 떠올리며 보냈던 그 시간을 되새기는 것 만으로도 충분하다.

인간에 대한 '겸손함'과 자연에 대한 '겸허함'을 배운 그 시간만으로도.

 

이 길을 지나 이제 다시 새로운 곳으로 나선다.

우리의 삶 자체가 늘 여행이듯이.

낯선 것과 마주하는 설레임을 가진 세상으로.

 

                                                                                                        우리 여행의 마지막 도시, 일본 하카타의 한 신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