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지금은 여행중 /3월 중국

이쁜 여자들은 여기 다 있다는데... 송성가무쇼

프리 김앤리 2011. 3. 9. 18:42

 

이번 건 드라이하게 써보자.

그냥 있는 그대로... 사실 전달 중심으로..

그런데 잘 될란지 모르겄다.

 

상해를 가면 누구든지 보러간다는 송성가무쇼를 보기도 전에

'중국이 자랑하는 최대의 무대극'이라는 둥, '무대 장치에 놀라 자빠진다'는 둥

'이거 안 보면 상해 안갔다 온거나 마찬가지'라는 협박이 있었지만 그 정도에는 그리 흔들리지는 않는 눈치들이다.

문제는

중국에서도 이쁜 여자들이 많이 있다는 절강성에서 정작 길거리에서는 미녀를 도통 볼 수 없는 이유가

송성가무쇼 무용단원으로 다 빠져나갔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듣고 나서부터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설레임을 감지했다는 거다.

중국의 몇대 미녀 중 한 사람이라는 월나라 미녀 '서시'가 등장하고

오월동주라는 단어를 탄생시킨 오나라 월나라의 전투,

그리고 미인계의 하나로 천하미녀 '서시'를 오나라에게 바친 뒤 

장작더미위에서 자고 쓸개를 먹으면서 복수의 칼날을 갈았다는 와신상담의 이야기까지...

우리 남정네들은 서서히 미녀라는 단어에 꽂히기 시작한거다.

게다가 송성가무쇼라는 게 이승에서 이루어지지 못한 백소정과 허선의 사랑이야기도 등장한다고 하고

또 어떤 다른 연인들(양산백과 축영대? 주량예? ??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의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 이야기도 있다고 하고...

하여튼 미녀 타령에 사랑타령까지

큰 사건에도 별달리 흥분하지 않고 이제는 매사에 무덤덤한 사람들이

송성을 들어서면서 묘한 기대감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거다.

 

하여튼 가보자.

드라이하게 쓰려고 하는 이번 이야기가 내 의도대로 될런지...

ㅋㅋㅋㅋ

그런데 사실 이쁜 여자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것은

비단 남자들만의 즐거움이 아니라 우리 여자들에게도 큰 즐거움인 걸

굳이 부인하려는 내가 더 웃기기는 하다.

 

항주는 예전 중국 송나라의 도읍지였다. 

송성은 당시를 재현하여 만들어둔 일종의 테마파크다.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볼수 있기는 한 테마파크이겠지만

그래도 규모도 크고 꽤 잘 지어졌다고 해서 시간을 내 두루 돌아다니고 싶었지만

마침 우리가 항주를 간 날이, 날씨가 따뜻해진 일요일에 걸린터라 엄청난 교통체증으로 길이 꽉 막혀

정작 송성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날이 어두워져 있었고

송성가무쇼 시작을 30분도 채 남겨놓지 않은 시각이었다.  

잘지어진 테마파크고 뭐고 후다다닥 둘러보는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기억나는 건  저 수려한 지붕 선과 온통 금색 칠갑이 되어 있던 불상...

그리고 이상한 귀신집 같은 곳들...

 

낮의 모양은 허접했는지 길거리가 더러웠었는지 알 수 없으나

밤에는 일단 어마어마한 규모로 압도하고

번쩍번쩍 화려한 불빛으로 한 몫 잡아버린다.

입이 떡 벌어진다.

사람들도 어찌나 많은지...

 

송성가무쇼 극장 간판.

헉!!! 이쁘다.

이쁜 여자들은 여기 다 있다는  말이 맞는갑다.

송성천고정... 천년의 사랑 이야기란다.

누가 붙여 주었는지는 모르지만 세계 3대 화려한 쇼라고  떡 써놓은 걸 보니 자신이 있다는 소리렸다 !

 

<여기서 잠깐 ... 송성가무쇼의 줄거리라도 다시 한번 살펴볼까? >

송성가무쇼 내용보기  http://blog.daum.net/freeleeandkim/808

 

 

1막이다.

송나라 황제의 생일 연회장이란다.

우후훗... 무대가 꽉 찬다.

금빛 번쩍번쩍이다.

 

배꼽을 다 드러낸 페르시아 풍의 무대복을 걸쳐입은 진짜 다리 긴 미녀들도 왕창 등장하고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팀들이 나와 부채춤도 추고 장구춤도 춘다.

상모를 돌리는 사람도 있고...

그런데 객석의 아주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한국인 관광객은 한복입은 이 팀들이 나오자 열렬히 환호한다.

 

zzzz

마음이 씁쓸하다.

이 장의 설정은  송나라 황제의 생일 축하파티장이다.

그러니까 송나라 황제의 생일 파티장에 한국 (당시라면 고려시대인가?)이 사절단으로 왔다는 설정이다.

단순히 이웃 나라 황제의 생일에 축하 사절단을 보냈다는 설정일수도 있지만

한국(고려든 조선이든)을 단순히 중국의 변방으로 여기고 있는 중국 시각에서 바라본 역사의식의 발로였다면

그리 유쾌한 장면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인 관광객이 많이 오기 때문에 한복에, 한국 전통무용을 하는 장면을 끼워넣었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무조건 한국 것이 나왔다고 열렬히 박수를 치면서 소리로 응원까지 보내는 건... 좀...

그저 재미로 보면 되는데, 나 혼자  너무 심각하나?

 

여하튼,

잠시 흥이 깨질려고 할 순간 객석의 중간에 갑자기 불이 들어온다.

오잉?

객석 한 가운데를 뚫고 내려오는 일단의 미녀들....

마침 우리 자리가 이 계단 바로 옆이었다는 거 !!!

 

우후훗!!!

 

2막. 송나라의 영웅에 관한 이야기란다.

악비장군?

중국 역사를 잘 모르니 악비 장군이 어떤 활약을 했는지는 도통 알 수 없지만 무대 한 번 끝내준다.

 

여기저기 화포가 터지고 불이 나고 칼싸움이 난무한다.

불타는 전쟁터로 사람들은 뛰어오르고  천정에서 사다리가 내려오고

제일 앞에 있는 객석은 무대를 쫙 가르며 벌어지고,

진짜 대포가 설치된 무대가 아래에서 빠바박 올라오고,

여기저기 대포가 터지고... 혼을 다 빼 놓는다.

중국*들... 진짜 통크다 !!!

 

3막.

이건 또 뭔가?

무대가 바로 물바다로 변한다.

앞에서는 폭포수가 쏟아진다.

 

런던에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보면서 화려한 무대 장치에 넋을 잃었는데

3막의 무대장치는 거기에 버금갈 만하다.

쏟아지는 폭포수... 무대는 금방 항주의 명물 서호로 변한다.

 

서호에 어려있는 사랑이야기, 허선과 백소정이 등장한다.

화려한 금빛 무대가 1막이었다면, 송성가무쇼의 2막은  전쟁터의 붉은 색깔이었다.

그리고 3막은 초록의 향연이다

온통 신비로운 분위기에 감미로운 음악이다.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을 알려주는 듯 허선과 백소정이 만난 다리는 다시 끊어져 버리고...

 

그리고 적막같은 고요함을 뚫는 강렬한 초록의 광선.

또 다른 사랑이야기가 펼쳐진다.

 

양산백과 주량예(? 축영대)의 사랑 이야기.

기하학적 무늬를 만들어내는 초록빛만이 어둠을 밝히고

둘은 아름다운 사랑의 춤을 춘다.

 

무대는 다시 환상의 보라색으로 변하고 나비 무용수들의 날개짓으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주인공들은 하늘을 날고...

아~~~

 

못다 이룬 사랑의 이야기...

달빛 아래 홀로 춤추는 외로운 여인...

 

4막.

다시 어두웠던 객석에 불이 들어오고

바로 우리 옆 자리에서 찻잎 가득한 바구니 여인이 살포시 일어선다.

초록빛, 보라빛의 신비로운 춤에 빠져 있는 틈에 어느새 우리들 옆에 앉아 있었던 거다.

 

계단 딱 바로 옆에 앉아있던 남편 친구는 어떤 여자가 살포시 자기 옆자리 앉더라는 이야기를 나중에 전해주었다.

그렇다면 그는 3막의 그 화려한 무대에 집중하지 않았다는 말씀??? ㅋㅋ

 

사실 3막이 끝나고 나서는 이 가무의 끝이 보이는 듯 했다.

4막은 제목도 '오늘날의 항주'이니

다분히 관광도시 항주에 대한 마케팅 차원이라고나 할까?

한쪽 허벅지가 거의 드러내놓은  찢어진 치마를 입은 늘씬한 여인들이

객석 가운데(물론 VIP석이겠지만... 우리 자리는 VIP 석 바로 옆자이었음)까지 들어와서

항주벌을 가득 채우고 있는 용정차밭의 차를 직접 가지고 와서 한잔씩 대접하기까지...

물론 차 대접을 못 받은 우리들은 코로 차향기만 맡고 여자들만 쳐다보는 헛물을 켰지만...

 

항주에서 생산되는 차 홍보에 이어 항주의 또다른 명물이라는 실크를 선전하기 위해

잘빠진 여자들이 실크 드레스를 입고 나와서 마치 패션쇼처럼 무대를 한바퀴 도는 것 까지

약간은 싱거운 4막이 끝나는 것으로 송성가무쇼의 막은 내렸다.

 

통 큰 무대장치, 화려한 빛의 쇼는 볼만했다.

zzz

그래도 사랑 이야기와 전쟁 이야기, 그리고 도시 홍보까지 짬뽕을 시켜놓은

내용은 별로 없는... 감동도 그렇고....

내게는 그렇고 그런 내용이었다.

 

쇼를 다 보고 나와서 던지는 남편 친구의 한마디 조차 없었더라면 정말 별로 기억에 남지 않는 무대가 될 뻔 했다.

"에이... 눈만 다 버렸어요. 저 여자들 보다가 이제부터 우리 부인들을 볼라하니..."

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