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지금은 여행중 /3월 중국

삼일절에 가본 대한민국 상해 임시정부청사

프리 김앤리 2011. 3. 26. 07:00

 

친구들과 함께 한 중국 여행, 마지막 이야기다.

오후 출발 비행기를 앞두고 우리가 선택한 마지막 코스는 상해에 있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다.

마침 3월 1일이다.

삼일절에 찾아가는 대한민국 임시정부라.

뜻모를 감회에 젖는다.

평소 나라를 사랑한다는 애국심이라는 것을 별로 생각도  안하고 있었던 내가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를 찾아가는 날이 마침 삼일절이라는 사실에 의미를 두고 있는 모습에 스스로 놀랍다.

 

아~~~ 그 때의 만주벌판은 어떠했으랴?

혹독한 일제 치하에서도 조국의 독립을 위해 온몸을 다 바친 독립지사들의 삶은 또 어떠했으랴?

새삼 코끝이 찡해 오기도 하고

역사의 한 장면과 감동적인 조우를 할 것 같은 은근한 기대감도 있었는데...

...

헐!

무슨?

여기가 암울하던 시절 목숨을 건 지사들이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모였다는 그~~~

자유와 민족 정신에 입각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찾을 수 있다는 그~~~

...

기대가 너무 컸던 까닭일까?

옆집하고 분간도 안가고, 그냥 상하이의 어느 길가에 팽개쳐져 있는 것 같은 대한민국의 정통성.

헐!  

 

담벼락 귀퉁이에 붙어 있는 간판이 없다면 그냥 지나쳐버리기 딱 알맞은 꼴이다.

 

게다가 길가로 나와있는 문도 정식 입구는 아닌 모양이다.

그냥 거기는 입장료를 받는 곳일 뿐, 진짜 임정청사는 골목안에 있는 여러 집 중에 하나일 뿐이다.

 

청사는 무슨, 간판대로 임시정부 유적지일뿐이다.

 

유적지.

무슨 거창한 유적지가 아니라 있었다는 흔적을 알려주는,  말그대로의 '남아있는 자취'다.

대학 다닐때 마치 우리가 드나들던 자취방에 들어가는 기분이다.

...

하기야 무엇을 바랬단 말인가?

조국은 일제의 탄압으로 신음하고 있는데

독립지사라는 사람들이 외국으로 나와 으리으리한 건물을 사들여 떵떵거리는 임시정부를 세워놓기를 기대했단 말인가?

궁핍한 활동 자금에 감시의 눈초리까지 피하면서 죽을 목숨을 다해 싸웠다고 배웠지 않은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인데도 무얼 바랬단 말인가?

이 후미진 거리, 초라한 골목 안의 삐걱거리는 3층집 안에서

조국을 떠나와 가족도 다 팽개치고, 개인의 영화도 다 뿌리친 사람들의 절실함을 느끼면 되지 않겠는가?

 

입구를 들어선다.

아주 조그마한 방이 하나 나온다.

영상실?

빼곡이 다 들어앉는다고 해도 채 스무명이라도 앉을 수 있을까?

아주 간단한, 그냥 인사치레 같은 당시의 활동상황을 보여주는 비디오다.

무슨 성의가 이렇게 없담?

 

삼일절에 찾아온 사람들을 위해 특별히 기념촬영을 해준다는 자막이 심드렁하게 나온다.

이벤트란다.

삼일운동 기념 이벤트...

 

그리곤 내부 관람.

안내자가 같이 들어간다.

뭔가 설명을 해줄까?

해준다.

"여기는 당시 지사들이 같이 모여....   "

무표정한 얼굴, 외워둔 대사를 줄줄 내뱉는듯한 무감한 말투.

상세한 것도 아니다.

기껏해봐야 한 공간에서 두 세문장 정도.

그리고는 바로 다음 방으로 넘어가버린다.

돌아볼 시간도 주지 않는다.

 

"여기는 당시의 부엌입니다. ..."

거기에 덧붙이는 기억도 나지 않는 몇 문장 더.

또 다음 방으로 넘어가버린다.  한 30초나 될라나?

뭘 물어봐도 전혀 대답도 없다 .

그냥 외운대로 씨부린뒤에 다음 방으로 건너가버린다.

사진 촬영도 전면 금지다.

촬영이 금지되어 있다는 것을 몰랐던 남편이 첫번째 두번째 방을 찍다가 제지 당했다.

그래서 그 뒤로는 사진도 없다.

왜 사진 촬영을 금지하는 것인지???

당시의 몇가지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그걸 읽어볼 시간도 주지 않고

외워둔 문장만 앵무새처럼 말하고 다음방으로 휙휙 건너가 버리는 여기서 무얼 어떻게 보라는 것인지.

애국심이고 뭐고, 들어오기 전 잠깐 설렜던 마음마저 다 달아나 버린다.

 

나오면서 들었던 이야기는 이 유적지의 관리를 중국이 하고 있다는 거였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청사를 찾아오는 사람은 모두들 한국인일텐데

중국은 이걸 이용해서 돈벌이에 자국민의 일자리를 창출 한다는 거다.

그러니 이럴밖에 ....

 

삼일절에 찾는다고 그래도 의미심장했던 우리들.

기념촬영을 해준다는 말에 어색해 하면서도 여기서는 대한민국 만세를 불러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부끄럽게 두 팔을 들었던 우리들인데...

 

여기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유적지가 아니라 엄연히 중국 땅이었음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 준 건

허탈한 심정으로 돌아나온 그 거리 끝에서 만난 중국 군인들의 행렬이었다면 설명이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