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지금은 여행중 /3월 중국

상하이의 예원이 우리에게 남긴 것은

프리 김앤리 2011. 3. 23. 09:58

 

중국, 하면 딱 떠오르는 중국풍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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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함... 시끄러움... 땅딸막하고 배가 약간 튀어나온 사람들...

중국 특유의 냄새... 무협지...

그리고 엄청나게 통이 큰 뭔가들... 만리장성... 자금성... 진시황 병마용갱...

 

그리고 붉은 색... 홍등...

 

양귀비... 양귀비가 목욕했다는 화청지...

(본 사진은 위 내용과 관계 없습니다. ㅋㅋ)

 

상하이의 예원이라는 곳을 들렀다.

명나라 시대 어느 부자가 아버지를 기쁘게 해 드리기 위해 20년 동안이나 공들여 지었다는 아름다운 정원.

 

그냥 무덤덤하다.

정자 옆에 예쁘게 만들어 놓은 화분속의 매화를 구경하고...

매화나무 옆을 걸어가는 외국인들이나 구경하고...

 

맞다.. 여기는 각 건물마다 들어가는 출입구가 희안하다고 했었어...

이건 술병 모양.

 

이건 뭥미?

 

이건 그냥 동그란.

 

아참. 여기는 담벼락끝이나 지붕에도 뭔가 볼게 있다고 했었어.

수호신인가?

 

이건 삼국지 중의 한 장면이겠지?

담벼락을 타고 내려오는 용의 폼새도... 음 ~~ 볼만하군..

 

이게 단가?

중국, 하면 떠오르는 중국풍?

그런걸 꼭 확인해야 하는게 여행이던가?

어딘가를 여행하고 왔다고 하면 다른 사람들도 반드시 간다는 그 곳에 꼭 가야 하는 것이 여행인가?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봤다는 걸, 느꼈다는 걸 꼭 같이 해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다른 사람이 미쳐 발견하지 못했다거나 느끼지 못한 다른 뭔가를 꼭 찾아내야 하는 것???

 

언제나 그렇다.

여행이 끝난 뒤 오랜 시간을 두고 되새김질시키는 것은

마추픽추나 나스카 라인같은 특별한 곳이 아니다.  무심하게 스친 일상 같은 풍경들이다.

구름과 맞닿은 안데스의 만년설, 시리도록 푸른 하늘,

하얀 뭉게구름 굴곡진 산에 내려 놓은 그림자,

막 갈아엎은듯 붉은 황토의 기운이 펄펄 느껴진다.

 

내 블로그 친구 너도바람님이 며칠전 올린 글의 일부다.

 

나도 그렇다.

여행을 끝내고 돌아와서도 새록새록 떠오르는 것은 유명한 장소의 남들도 다 아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그 때 그곳에서 불어오던 바람, 코끝을 스치던 바람의 향기, 문득 바라본 한 귀퉁이 골목,

바로 옆에 있던 사람의 웃음 한 자락 같은 거...

 

여기저기 기웃기웃...

 

어슬렁 어슬렁 거리던 그 거리의  한 풍경이 더 머리속에 남기도 한다.

 

중국의 몇대 정원에 해당한다는 아름다운 정원, 예원을 다녀왔지만

이렇게 텅빈 회랑에 대한 기억보다는

 

그 회랑을 같이 걷던 사람들의 향기가 더 마음에 와 닿는다.

 

예원을 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알고 있는 예원 앞의 광장에 대한 기억보다는

 

광장 한 쪽을 차지하고 있는 스타벅스 커피점이 훨씬 더 오랜동안 기억에 남아있다.

맛도 없던 차, 또 맛도 없던 커피.

그리고 느끼하던 남상만두의 맛.

커피향이 나는 가게의 한쪽 구석에서 만두냄새, 고기 기름 냄새를 풍겼던 아주 부끄러운 기억...

 

높은 빌딩 끝을 먹어버린 상하이의 짙은 안개...

 

길거리 화단 아래 만들어둔 자전거 거치대.

참 좋은 공간 효율이다.

광활한 자연을 보는 여행이 아니라면, 그래서 그 속에서 발견해야 하는 인간의 겸손함이 아니었다면

내게는 이런 잔잔함이 여행 이후에 남아있는 잔상들이다.

 

자동차 번호판을 도둑맞지 않으려고 채워둔 자물쇠.

"중국 역사상 가장 비싼 철판"이라는 상하이의 자동차번호판 이야기 같은 것 말이다.

 

어느 후미진 골목에 걸려있는 속옷 빨래...

흑백영화의 한 장면처럼 내 뇌리에 박혀있다.

 

상하이 여행을 생각하면서 우리가 반드시 봐야 할 것으로 정한 것은

예원, 금무대하 오르기(우리 일정은 이걸 동방명주탑 오르기로 바꿨지만), 와이탄 야경 보기, 난징동루 보행가 걷기... 등이었다.

상하이 여행이라면 누구든지 가 보는 곳.

그렇다면 예원의 아름다운 정원과 매화꽃, 예쁜 정자들이 머리속에 남아있어야 하는데...

지금 내가 기억하고 있는 예원은 전혀 엉뚱한 것이다.

 

탈바가지 걸려있던 저 가게안에서 보았던 다기셋트.

불빛 아래 갖다대면 백열등 불빛이 다기를 스며나와 은은하게 비치던...

녹색인가 금색인가 화려한 무늬가 있던...

한국에 혼자 남은 부인을 위해 그 다기를 사겠다는 걸 

밖에 나가면 더 좋은 거 있노라고 얼른 데리고 나와 버렸다는 사실만이 오롯이 떠오르는 건 어찌해야할까?

마음에 쏙 드는 다기셋트를 놓친 그는 그 이후 가는 곳 마다 그런 그릇들을 찾아 헤매었다는 사실까지...

 

그에게 상하이의 예원은 무엇으로 남겨져 있을까?

사지 못했던 은은한 다기셋트에 대한 후회로?

"이거 봐라.... 나는 어디에서나 항상 당신을 생각하고 있다오."라는  멋진 멘트와 함께

짠 내어놓을 수 있었던 모처럼의 기회를 놓쳐버린 아쉬움으로???

 

그렇다면 이 아빠와 딸은...

이들에게 상하이의 예원은 무엇으로 남겨져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