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지금은 여행중 /5월 실크로드

중국어 속성재배 - 5월 중국 실크로드 2

프리 김앤리 2011. 5. 26. 17:00

 

< 두 달 중국어 속성재배>

                                                                          <난 반죽을 하고 있는 키 크고 코 높은 청년- 우루무치 시장에서 >

중국 서역으로 떠나는 이번 여행에 대한 기대는 여지까지의 중국 여행과는 조금 색달랐다.

그곳에서는 흔히 중국에서 만날 수 있는 납작한 코에 둥글넙적한 아시아인의 얼굴이 아니라 

키크고 코높은 어쩌면 푸른 눈의 회족들을 볼 수 있을것이라는 생각.

유럽이고 미국이고 할 것 없이 세상을 그렇게 많이 돌아다닌 우리가 새삼 여행지에서 키크고 코가 높은 사람을 만난들

무슨 새로운 감흥이 들겠냐만은

키크로 코 높은, 꼭 서양인의 모습을 한 사람들의 입에서 터져나올 중국말을 떠올리는 것 자체가 흥미로웠다.

아시아 사람처럼 생겼으면 아시아국가에서 쓰는 언어가,

서양 사람들 처럼 생겼으면 영어나, 불어 독일어, 아니면 적어도 아랍어라도 튀어 나와야 할 것 같은 관념이 깨지는 순간을 말이다.

  

                                                                           <우루무치 시장 난 가게의 간판... 통 알수 없는 아랍어다. 헐~~~>

그래도 그 사람들은 아랍어도 쓴다고  했다.

그곳의 사람들은 중국어도 쓰지만 페르시아어 같은 자기네들만의 특유한 언어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우리같은 무식쟁이가 보면 아랍어와 꼭 같아 보이는 라면 부숴놓은 모양의 글자 말이다.

 

                                                                                                                 < 차도르를 쓴 중국의 여인... 낯설다... 그 곳이 중국 서역이다>

그곳에서는 영어도 거의 통하지 않는다고 했다.

짧은 영어 실력이지만 그래도 먹고 자고 돌아다니는 정도의 구력은 가지고 있는데

그 영어가 한마디도 통하지 않는다니...

게다가 아무리 들여다 보아도 부숴진 라면 쪼가리로만 인정되는 아랍어를 배우자니 힘들고

푸른 눈의 중국인은 좋다 이거야, 도대체 그 사람들 틈에서 어떻게 밥을 먹고 돌아다니고 잠을 잘 수 있지?

 

그래서 생각해 낸게 속성재배다.

마침 3~ 4월, 2개월짜리 중국어 회화 교육이 있다.

아랍어는 안되더라도 중국어라도 조금 할 줄 알면 그나마 낫지 않을까?

평생 처음 마음 먹어본 중국어 공부다.

더구나 이 교육은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는 100% 환급 교육이다.

우리나라 만만세다. ㅋㅋㅋㅋ

예전부터 있었다는데 드디어 나도 이 교육생으로 적용될 수 있는 직장에 있어 이런 혜택도 받을 수 있단다.

살다보니 나라에서 주는 혜택을 다 받을때도 있다.

3~4월 두달동안 일주일에 세번씩 회사 마치고 저녁 10시까지 아주 빡신 교육프로그램이었다.

80% 이상 출석하지 않으면 환급을 받을 수 없는 규정이라

이 나이에 뭔가를 배우러 다니면서 출석이 안되서 환급을 못 받는 쪽팔리는 상황을 안 만들려고 무척 노력했다는 사실...

속성으로  후다닥 암기한 이 실력으로 영어 한마디 안 통하는 지역에서 잘 다닐 수 있을까?

하기야 언제는 우리가 언어실력으로 다녔나?

말보다는 몸짓이 먼저 나가는, 감정만으로 대부분의 것이 통하는 편한 세상이 낯선 곳으로의 여행인데...

 

하여튼 그렇게 떠났다.

"니 하오?"(안녕하세요)  " 니 진넨 뚜어따?" (올해 몇살 이세요?)  "진띠엔 지위에 지하오?(오늘은 몇월 며칠입니까?)"...

두달 동안 배워봐야 얼마나 배웠겠는가?

하릴 없이 처음 만난 사람 한테 몇살이냐? 오늘이 며칠이냐? 날씨는 어떻냐?

따위의 질문은 할일도 없는데 초급반 중국어라는 게 꼭 그런거 부터 가르친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나는 그런 거 말고 실용적인 거 가르쳐 주세요" 할수도 없는 일.

그나마 "뚜어 샤오치엔?(얼마냐?)  "저거 점머 마이?(이거 어떻게 팔아요?) " 취바 베이징짠( 베이징 역으로 갑시다)" 등

여행용어로 쓸 만한 것도 조금 배워서 그나마 룰루랄라다.

 

두달동안 저녁 11시가 다 되어서 돌아오는 나에게

'당신의 중국어 실력 향상'을 위해서라면 모든 걸 다 참아준다는 식으로  

당연한 기다림을 자기의 아량으로 치부하는 남편이었다.

헐~~~ 그래도 말이라도 몇마디 할수는 있어야 하는데...

당연히 손짓 발짓이 먼저 나가겠지만

그래도 배웠다시 표시, "이 정도는 어때?" 하는 폼은 한번 잡아 봐야 하는데...

 

그리고 떠나왔다.

우루무치로 가는 비행기로 갈아타기 위해 베이징 공항에서 기다리던 몇시간.

공항 대합실에서 머리를 쳐박고 중국어 공부를 하고 있었다.

겉으로 보면 딱 중국 사람인데, 저렇듯 다 큰 여자가 니 이름은 뭐냐?  나는 학생이다, 그는 선생이다, 따위의

이제 막 말 배우는 꼬마딱지 중국어를 쓰고 있는게 신기했던 듯 어느새 내 옆으로는 구경하는 사람들이 있다.

후덕하게 생긴 중국 아줌마, 참다 못해 잘못쓰고 있는 한자를 일일이 고쳐주신다.

또 한쪽에 앉아 있는 젊은 친구는 영어와 중국어를 번갈아가며 나에게 둘 사이를 통역한다.

 

쓰촨성에서 대학을 다닌다는  康君(Kang juin jun).

호주 브리즈번으로 유학가는 아들을 배웅하러 왔다는 아줌마.

니 학생이냐? 니네 집 베이징이냐? 당신은 뭐하러 여기에 나왔냐? 등등...

그 모든 걸 영어가 아닌 중국어로 물어보고 거의 감으로는 알아들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얼마나 감동했던지...

호주(오스트레일리아)라고 하는 아줌마 말을 이탈리아라고 이해하고도 잘 알고 있는척 슬쩍 넘어가기도 했지만 ...

미심쩍어 하는 아줌마가 결국은 호주 지도까지 그리고

지도위에 해안가에 점을 찍은 뒤 브리즈번(布里期班)이라고 내 공책에 써준뒤에서야 겨우 알아차렸지만

젊은 친구가 먼저 가고 없는 상황에서도 한국어 영어 한마디도 못하는 아줌마와 웃으며 뭔가를 나눌 수 있었다는 점에서

두달간의 속성재배 값은 이미 했다고 폼 한번 세게 잡아줬다.

 

한국어, 영어 없는 중국 여행???

ㅋㅎㅎㅎ

혹시 내 유창한 중국어 실력으로 다 해결되는 거 아냐?

 

(며칠 전 康君 한테서 메일이 왔다.

 자기는 한국어 배우고 싶다고... 자기에게 한국어를 가르쳐 줄 수 없느냐고... 서로 메일을 주고 받으면서...

 이를 우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