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지금은 여행중 /5월 실크로드

유목민과 사막. 오월 실크로드 6

프리 김앤리 2011. 6. 14. 07:00

 

<투루판 두번째 이야기>

 

투루판의 아침이 밝았다.

버스 터미널 바로 앞에 있는 교통빈관이 우리의 잠자리다.

빈관에서 제공되는 아침을 먹으러 식당엘 간다.

양고기 냄새가 진동한다.  질펀한 간밤의 식사 뒤끝이 그대로 놓여있다.

치우지도 않았다. 깨끗하지 않은 그릇들이 더러운 식탁위에 그대로 놓여있다.

역한 냄새에 더러운 식당안에서 내가 얼굴을 찌푸리자  남편은 핀잔을 준다.

"어쩌면 이 사람들은 이렇게 쭉 살아왔을거다. 

 물도 귀한 땅에서 양을 잡아먹으면서 단백질 보충하며 그렇게 씩씩하게 살아왔을거다.

 더럽다는 것은 단순히 우리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닐까?

 유목민으로서의 삶을 있는 그대로 봐야 하지 않을까?

 씻는다는 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삶을 살아온  사람들 일거다"

이해하고 싶지만 상쾌하지 않은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콧날도 우뚝서고 눈썹도 새카맣고... 얼굴은 장동건인데 세수한번 안한듯한 얼굴들이다.

유목민... 물이 적었던 동네...

그래, 포기하자.  우리는 지금 낯선 동네를 여행중이다.

 

오늘은 투루판 투어를 하기로 했다.

어제 버스 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를 교통빈관으로 안내하던 마나절(? 하여튼 이름이 참 요상했다)의 꼬드김에 넘어가

두 사람이 200위엔을 주고 투르판의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기로 했다.

픽업하러 온 차량에 참한 일본인 청년이 한명 앉아있다.

오늘 우리의 동행이다.

마나절은 저 일본 친구는 혼자서 480위엔을 주고 왔다고 절대로 돈이 얼마였는지는 말하지 말란다.

흥정에 따라 돈이 달라지던 아라비아 대상들의 동네로 온 것은 틀림 없는 것 같다.

믿거나 말거나 일본인 친구는 혼자서 480위엔, 우리는 둘이서 200위엔이라는데 그냥 믿을 수 밖에...

 

투어의 첫번째 도착지는 고창고성.

옛 고창국의 수도다.

 

1500년전 후한이 멸망한 투루판에서 세력을 떨치던 왕국이다.

미국의 산타페나 타오스에서 처럼 진흙과 지푸라기를 섞어 만든 아도브 양식이 가옥이다.

수천만리 떨어져 있어도 자연에서 삶의 터전을 마련하던 사람들의 슬기는 다 비슷비슷했던 모양이다.

 

후한이 멸망한 후 4세기 초 이 지역은 흉노와 티벳과 돌궐족의 각축장이었다.

고창국은 실크로드의 패권을 잡으려다 당나라와 충돌, 결국은 멸망한다.

고창국이 멸망한 후 이 근처의 농부들이 벽돌을 깨어 비료로 쓰는 바람에 이렇게 폐허로 변해 버렸단다.

유적보호라는 것도 먹고 사는 문제에서 인간이 해방된 근세기에 들어와서의 일이다.

이제는 폐허로만 남은 화려했던 옛 왕국.

 

옛날 현장법사가 인도로 가는 길에 한달간 머물면서 왕에게 불법을 설파했다는 곳이기도 하단다.

인간을 구원하던 불법의 흔적도 사라지고

지금은 먼지나는 사막위에 관광객을 실어나르며 살아가는 후손들의 터전이다.

 

오직 사막을 건너던 사람들의 시체를 보고서야 길을 알았다는 그 곳에

이제는 터덜터덜 당나귀가 길을 안내하고 있다.

수십날 수십년이 걸렸던 먼 옛날 구도의 길은

이제는 슝~하고 비행기를 타고와  단 몇시간만의 버스로 달려올 수 있는 길이 되어있다.

눈을 감고 이 길을 지나가던 사람들을, 여기에서 살았던 사람들을 상상한다.

아무것도 없이 먼지만 날리는 사막의 집터에서...

 

다음은 아스타나 고분이다.

일년에 단 16mm 정도의 비만 내리는데 증발량은 3000이 넘는다는 바짝 메마른 땅.

사막의 한 가운데 거대한 무덤군이 만들어졌다.

 

이 마른 땅 아래는 수많은 무덤이 있단다.

일본 교토 대학연구원에서 일한다는 카츠.

일본이나 우리나 한자를 알고 있는 같은 아시아 민족이라서

중국이라는 땅에 여행을 와도 표지판을 이해할 수 있어 편리하기는 하다.

 

개방되어 있는 몇개의 무덤 안으로 들어가본다.

두 구의 미이라가 보관되어 있는 곳이다.

극도의 건조한 기후때문에 머리카락이며 뼈며 이빨이며 천년을 넘는 세월동안 썩지 않고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미이라다.

누구의 말처럼 죽어서도 저 세상으로 완전히 돌아가지 못하고 여전히 이승에 있어야 하는

이 미이라의 주인들은 이런 걸 원했을까?

그냥 흙으로, 먼지로 돌아가는 것이 더 나은 것이 아닐까?

 

먼지가 되어 흙으로 돌아가지 못한 미이라를 하루종일 지키고 있어야 하는

저 사람의 하루 삶은 또 무엇인지...

저 사람은 몇년동안 이 앞을 지키고 있는 것인지...

 

얼기설기 매어놓은 나무 덮개로 겨우 만들어낸  한 줌의 그늘 아래 무료한 듯 눈만 껌뻑이는 사내.

사막에서 불어오는 먼지만이 무심한 햇살과 함께 온 몸을 휘감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