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지금은 여행중 /5월 실크로드

사막과 투루판의 포도. 오월 실크로드 8

프리 김앤리 2011. 6. 17. 07:00

<투루판 네번째 이야기>

 

배가 고파졌다.

계획대로라면  다시 투루판 시내로 돌아와서 점심을 먹고 오후에 다른 곳을 돌아봐야 한다.

그런데 차를 몰던 아림이 포도구로 점심을 먹으러 가잔다.

아림의 위구르 이름은 아리무다.

회교도들이 쓰는 흰 모자를 쓰지 않은 청년이다.

그 따위것들은 다 윗대의 이야기일뿐이란다.

이제 자기 세대에서는 저녁이면 나이트클럽 같은델 가서 신나게 노는게 더 중요하단다.

그리고 남들보다 좀 더 쉽게 잘 살려면 영어나 일본어 같은 걸 배워서 이 바닥에서 살아남는 것이 더 중요하단다.

하기야 그 말도 맞는 것인지도 모른다.

 

투루판에 처음 도착했을 때

마치 이란의 이스파한에 온 것처럼 아주 기분이 좋았다.

사막이라고 하지만 짙푸른 가로수의 행렬, 살랑거리는 바람, 보이는 얼굴들도 전부 이란 사람들 처럼 생겨서

친절할 것이라는 기대에 잔뜩 부풀어 있었다.

그런데 겉모습은  이란이었지만 정작 만나보니 딱 중국 사람, 인도 사람이었다. 

어떻게 하면 우리같은 관광객들을 꼬셔먹을까 하는 생각밖에 안가진 것 같은.

그래도 금방 마음이 풀어졌다.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에서다.

유창하지는 않지만 자기 뜻은 다 전달할 수 있는 영어실력,

일본인과의 대화는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이는 일본어 실력,

안녕하세요? 한국입니까? 고작 몇마디로 한국인인 우리에게 접근은 충분히 가능한 한국어 실력,

거기다 중국어 , 위구르어까지...

비록 뺀질뺀질 거릴 지언정 돈을 벌기 위한 그 가상한 노력만은 높이 살 만했다.

 

지금 우리 차를 운전하고 있는 아리무도 영어에 일본어까지 배우고 있단다.

여기서 다른 것보다 이곳에서 살아가는 방법으로 외국어를 배워야 한다면 열심히 공부할 거란다.

윗대에서 그리 소중하게 여기던 고리타분한 관습과 종교는 내팽개치더라도

현재 자신이 서 있는 그 땅에서 열심히 살고 있는 위구르 청년의  모습이 보기 좋다.

 

아리무가 소개하는 식당으로 갔다.

포도구로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식당이다.

뭘 시켜야 할지 더듬거리고 있는데 추천하는 누들이라며 먹어보란다.

 

오홋!! 밀가루 반죽을 쭉쭉 늘어당기는게 준비하는 폼새도 예사롭지 않다.

언젠가 재미있게 봤던 다큐멘터리 ' Noodle Road'에서 자주 등장하던 장면이다.

 

일단 국수 가락을 쭉쭉 뽑은 뒤에,

 

힘센 장정이 등장하더니만 뽑아놓은 국수가락을 양팔에 감고 퍽퍽 더 늘인다.

우후후 기대되는데???

 

짜짠~~~

한쪽은 양고기를 넣은 국수, 또 한쪽은 양고기 없이 야채만 넣은 국수.

맛은~~~ 우와~~~ 끝내줬다는~~~

(이날은 이걸 그냥 이 동네의 볶음 국수라고만 알고  먹었는데

 그제 내 블로그에 댓글을 남겨주신 차군님 덕분에 이게 빤미엔이라는 걸 알게됐다.

 차군님! 고마워요)

 

이번 여행에서 가장 맛있었던 음식이다. 

빤미엔. 네 이름을 기억하겠어.

 

부른 배를 두드리며 흡족한 마음으로 나서는데 달콤한 포도향기가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다.

투루판의 포도는 아주 유명하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먹는 포도보다 당도가 두배는 된단다.

씨알의 굵기나 크기도 장난이 아니다.

이곳에서 매년 6천만톤의 포도가 생산된단다.

세계 포도생산량의 1/3이란다.

정확하게 맞는 사실인지는 잘 모르겠다.

 

사막과 포도. 참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그러나 사막 한 가운데서 이들은 세상에서 가장 달콤하고 가장 씨알 굵은 포도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사실.

 

사막 한 가운데 펼쳐져 있는 거짓말 같이 드넓게 펼쳐져 있는 투루판의 포도밭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물론 천산산맥에서 흘러 내려오는 눈 녹은 물이 있기 때문이다.

그 물은 고랑을 이루고 냇물을 이루어

사막 한 가운데 사람을 살게 하고  포도를 키워 그 속에서 풍요롭게 살수 있게 만든다.

 

투루판 온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던 한여름의 싱그러운 포도송이들은

사막의 건조한 기후에서 또 한번 명품으로 거듭난다.

숭숭 바람이 불어오도록 만들어 둔 거미집 같이 생긴 흙집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씨알 굵게 통통하게 자라난 포도송이들은 거미 흙집 안에서 사막의 바람을 맞으면서 건조과일로 거듭나는 것이다.

때를 맞춰 갔더라면 진짜 포도가 말려지고 있는 모습을 보았을텐데

때이른 봄철 여행객들을 맞이하고 있는 건 서글프게도 가짜 플라스틱 포도들이다.

'요 녀석들이 이렇게 말려집니다' 하고 말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리를 감동시켰던 것은 사막에서 땀흘린 인간들의 위대함이었다.

까마득히 멀리 떨어져 있던 천산 산맥의 눈 녹은 물을 어떻게 이 사막의 한가운데까지 끌어들일수가 있었을까?

해답은 바로 '카레즈'다.

수백미터 땅을 뚫고 들어가 그 아래 흐르는 물길을 잡아 지하 수로를 만들어 낸 것이다.

 

중국의 세가지 위대한 유산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카레즈란다.

만리장성과 대운하, 그리고 이 카레즈.

인류의 위대함을 느낀다.

 

투루판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는 포도송이들.

그래!!! 아무리 더워도 투르판은 포도가 익어가는 한여름에 왔어야 한다.

넝쿨째 익어가는 포도송이들이 풍기는 싱그러운 내음과 그들이 만들어 내는 그늘을 마음껏 즐기고자 했으면

제아무리 땡볕이라도 한 여름에 이곳엘 왔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