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지금은 여행중 /5월 실크로드

아무 것도 안했다, 하미. 오월 실크로드 10

프리 김앤리 2011. 6. 20. 07:00

 

우루무치 - 투루판-

다음 코스는 하미다.

사실 한방에 바로 둔황으로 갈 수 있는데 밤차를 타기 싫어서 선택한 곳이 하미다.

기차가 되든 버스가 되든 내 평생 가장 끔찍했던 밤의

1위는 양수오에서 쿤밍까지 가는 26시간짜리 야간버스

2위가 운남성 따리에서 징홍까지 가는 10시간짜리 야간버스였다.

끔찍 1, 2위의 영광을 모두 안은 중국에서의 야간 이동은 상상조차 두려운 일,

시간도 어중간하게 남아 하미에서 하루 이틀을 보내기로 했다. 

뭐가 있는지도 잘 모르고,

하여튼 뭔가가 있을꺼라고 생각하고,

어디선가 한번 들었던 것 같기도 하고...

 

사실 투루판에서 둔황까지 한방에 가는 야간 기차가 있었다면 그걸 선택했을런지도 모른다.

아무리 더러워도 야간버스보다는 나을 것이고 그나마 누울 수도 갈 수 있으니까...

그런데 투루판에서는 둔황까지 가는 야간기차는 둔황에서 130Km 떨어진 유원역에 내려서 다시 버스를 타고 둔황까지 이동해야 한다니

그 짓을 하느니 중간에 다른 곳을 들르자 한 거였다.

그런데 이건 또 왠일.

먼지 구덩이를 달리던 버스가 갑자기  멈춰서버렸다.

이유는 그 때도 몰랐고 지금도 모른다.

하여튼 딱 멈춰선 버스는 오도 가도 않고 그 자리에서 세시간을 가만 있었다.

다른 차 들도 마찬가지.

하여튼...

아이폰에 소설을 몇개 다운 받아왔길 망정이지,

투루판에서 하미로 가는 어느 길 위. 우리는 몇시간동안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을 바라보면서 소설만 디립다 읽었다.

하미는 들어갈때 부터 무료함과 인내를 우리에게 가르쳐 주었다.

 

가이드 북도 하나 없이 나선 이번 여행길,

우리도 준비가 부족했지만 중국도 낯선 여행자를 맞아 관광으로 안내하는 건 아직은 한참 서툴다.

그래도 도착하면 어디를 가서 무엇을 봐야 한다는 정보 정도는 얻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그게 인포메이션 센터가 되든 아니면 호텔의 스텝에서든.

아무것도 없다.

지도 한장도 없고 정보도 없고 말도 안통한다.

인포메이션 센터는 당연히 없고.

하릴없이 하미 시내 거리만 돌아다닌다.

 

멋대가리도 없는 유사 개선문도 지나고

 

디립다 크기만 하고 또 멋대가리 없는  무슨 문화센터도 지나고

 

한낮은 무료한 공원의 벤치에 앉아 시간을 보낸다.

아침에 식당에서 가지고 나온 삶은 달걀로 점심을 떼우고.

배도 하나도 안고프다.

 

백화점을 발견했다.

 '전 세계에 있는 나이키니 아디다스니 전부 made in china이잖아.

  온갖 유명한 상품은 어차피 다 중국에서 만드는 거니 기술력은 이미 중국에 있는거 아냐.

  made in china가 붙은 외국 브랜드가 아니라 중국 자체 브랜드라면 제품도 괜찮고 오히려 더 쌀거아냐?'

쇼핑에 전혀 관심이 없는 우리 둘이 무료한 하미에서 문득 쇼핑에 눈을 돌린다.

361º 이라는 중국 자체 브랜드를 발견했다.

기웃거리다 59위엔에 티 셔츠를 하나샀다.

만원정도. 아주 괜찮다.

 

백화점에 앞에 쭈그려 앉으니 wifi가 잡힌다.

몇군데서 카카오톡이 와 있다.

서유럽을 여행중인 시누이가 베니스 야경 사진을 보내놓았다.

카카오톡을 날리니 지금 베니스에서 아침을 먹고 있단다.

한국 사무실에서도 재미있냐는 카카오톡이 와있다. 한참 카톡질.

한참동안 연락이 없던 대학친구도 카카오톡을 보내놓았다. 또 카톡질.

트윗은 안된다.

중국이 막아놓은 모양이다.

다음 블로그도 막아놓았다.  페이스북은 되는 것 같은데...

메일을 열어보니 중국 소주에서 출장중인 조카가 보내온 메일이 있다.

내륙으로 한참 들어온 이름도 낯선 하미에서

유럽의 베니스,한국, 중국 동부의 소주까지 한자리에서 만나지는 세상이다.

 

이제 여행은 외딴 섬이 아니다.

 

그냥 또 걸어 걸어

 

청소부 아저씨 뒤도 따라가고

 

오솔길 다정한 연인의 몰래카메라도 한다.

 

ㅁ 자 형태로 한참을 걸어왔다.

호텔로 돌아가는 길만 정확하게 감 잡으면 된다.

 

그런데 수많은 사람들이 떼를 지어 어디론가 들어간다.

우리도 슬쩍 따라 들어가본다.

학교다.

뭐지?

왜 어른들이 이렇게 많이 들어가는 거지?

중국인하고 꼭같이 생겨서 그런지 우리를 제지하는 사람이 전혀 없다.

(이 사진은 나중에 나와서 찍은 사진이라서 사람들이 별로 없는거다.

 처음에 들어갈 때는 완전 구름떼였다. )

 

다른 사람들을 따라 무조건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계단을 올라 이층 삼층으로 따라 올라간다.

우리나라 학교랑 똑같이 생겼다.

교실 복도의 페인트도 아래는 하늘색 위는 흰색까지 어찌 이리 우리네 학교 모습과 꼭같을까?

 

모두들 정확한 목표가 있는지 각자의 교실로 들어간다.

'학부모 만남의 날'인가?

 

교실로 들어가지 않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결국 그 학교 선생님께 적발(?) 됐다.

젊은 선생님이라서 그런지 영어가 통한다.

여행온 사람이라고, 나도 선생이라고(선생이었다라고 하지않고 선생이라고 살짝 거짓말),

그래서 학교에 관심이 있다고 고백했다.

'Parents visit day' 맞단다.

한 학기에 두번 정도는 학부모님들을 모시고 학교 설명도 하고 수업과정도 설명한단다.

교장선생님이라도 만나야 하는것 아니냐고 물어왔지만 사양했다.

그냥 여행온 주제에 우리가 뭘 물어보겠냐 말이지.

교실안을 잠깐 둘러봐도 되냐니까 그러란다.

 

게시판을 꾸며놓은 것도 우리 초등학교의 모습과 꼭 같다.

여럿 앉아있는 학부모님들도 찍고 싶었지만 무례일 것 같아서 그냥 나온다.

 

카메라를 들고 이것 저것 찍어대니까 아이들도 신기한 모양이다.

빼꼼 고개를 내밀고 신기한 듯 쳐다보는 아이들.

옆에 있는 중학교에도 가보고 싶었지만 그건 제지 당해서 못했다.

ㅋㅎㅎㅎ

 

투루판과 둔황 중간에 있는 하미.

결국 우린 아무것도 안하고 기웃기웃 거리기만 했다.

ㅋ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