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지금은 여행중 /5월 실크로드

사막의 대화랑, 막고굴. 오월 실크로드 12

프리 김앤리 2011. 6. 22. 07:00

 

<막고굴 안에 있던 여러 불상과 불화[佛畵]>

 

 

 

 

<이상의 사진들은 모두 자료집에 있는 사진들입니다.

  막고굴 내에서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그냥 눈으로만 보고 나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

막고굴에 다녀온 사람들은 모두들 감동했다.

고등학교에서 세계사를 가르치고 있는 김지희 선생님은 「하늘과 땅과 바람의 문명」이라는 책에서

막고불 부처님 앞에서 감동의 눈물을 쏟았다고 했다.

박재동씨는 그림을 그리는 화백답게 실크로드를 여행하고 쓴 책 「실크로드 스케치 여행」에서

많은 페이지에 걸쳐 둔황 막고굴을 소개해 놓았다.

천년동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굴 안의 불상들과 불화들이 속삭이고 있다고 했다.

모두들 그랬다.

막고굴이 얼마나 장엄하고 얼마나 위대한지, 감동의 깊이를 미처 다 말하지 못한다고 했다.

신라의 고승 혜초 스님의 왕오천축국전이 발견된 곳이라는 우리와 연관된 역사도 있어

그 감동이 남다르다고도 했다.

출발하기도 전에 다른 사람의 감동을 익히 많이 읽었는지라

나처럼 미술 문외한도 그저 그 자리에 서기만 하면 저절로 그 감동이 이입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막고굴 안으로 들어가기도 전에 입장권을 사야 하는 순간부터 마음이 심드렁해졌다.

일인당 입장료가 160위엔(2만 6천원 정도) 이나 한다.

그것도 영어로 된 설명을 들으려면 180위엔이란다.

영어로 듣는다고 제대로 다 이해하지도 못할 것이라는 생각도 있었지만

중국의 유적지가 너무 비싼 입장료를 받아 쳐먹는데(이런 욕이 다 튀어나온다) 더 심통이 낫다.   

그냥 중국어로 듣기로 하고 싼 입장권(그러나 결코 싸지 않은)을 끊었다.

쳇~ 시작부터 재미없다.

 

이들이라고 그리 불심이 깊을 쏘냐?

세계가 자랑하는 유적을 중국이 가지고 있다고 자신들의 조국이 위대해 보일쏘냐?

아니면 문화적 조예가 그리 심오할쏘냐?

중국말 알아듣는 니네들이나 전혀 못알아듣는 우리나 매 한가지라는 생각에 괜히 틱틱거리기만 한다.

 

무슨 개성없는 아파트를 지어올리듯이 석굴 입구의 하나하나를 반듯하게만 만들어놓고서는

철저히 가이드의 통제 아래, 열어주는 석굴에만 들어가야 한다.

500개나 되는 석굴이 있다는 데 우리가 들어가 볼 수 있는 곳은 십수개다.

설명해주는 중국말을 하나도 못 알아들어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천년도 넘은 불상과 불화에 내 느낌이 끼어들 틈이 없다.

내 생각을 정리할 새도 없이 자기네들이 정해놓은 시간만큼만 설명하고 딱 그 시간만큼만 석굴안에 있을 수 있다.

그 옛날 어두운 석굴 안에서 이 그림들을 하나하나 그리고 있었던 화공의 열정은

현재의 내 상상으로는 도저히 되살릴 수 없다.

 

그나마 내부에서 사진을 찍을 수라도 있으면 느낌의 잔영이라도 가져와 두고두고 곱씹어볼 수나 있지.

개인용 후레쉬를 켜지 않으면 아무것도 볼수도 없는 깜깜한 내부에

먼지가 자욱하게 앉아있기까지 하니...

대따 으리으리하게 지어놓은 겉모습만 찍어올 수 밖에.

 

입장료를 그렇게나 많이 받으면 내부를 깨끗하게라도 해 놓지.

하나부터 열까지 툴툴거리기만 하고 있는 나를 남편은 못마땅해 한다.

그래도 모르겠다, 나는.

사막의 모래바람이 불어오는 데 깨끗하게 정리해놓는 게 더 어색하고

막고굴 본래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거 아니겠냐고 남편은 달래보지만

미술에는 문외한, 고등학교 미술 실기시험 꼴찌인 나를 감동시키기에는 이 곳은 영 ~~ 아니다.

역시 보는 눈이 없으니 눈에 뵈는게 없는건가?

ㅋㅋㅋㅋ

 

불교 미술의 금자탑이라고 하는 이 곳에서

부처님의 공덕과 깨달음을 얻어가야 하는데

자비도 깨달음도 겸손도 아무것도 얻지 못하는 나는 완전 찌질이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한참을 막고굴 밖에 주저 앉아 사막에서 불어오는 바람이나 맞고 앉아있다가 밖으로 나섰다.

칫! 여기도 너무 상투적인 조각탑(?)들.

 

그나마 거대한 모래산이 떡하니 버티고 있어서 기분이 좀 풀어진다.

 

 

이곳에서 살았던 사람들.

주인에게 끌려서 이곳으로 왔거나, 타고난 그림 솜씨 하나로 입 하나 풀칠하러 왔거나

평생을 모래바람 맞으며 컴컴한 굴 속에서 하루종일 천정과 벽에 얼굴을 맞대고 그림을 그렸을 화공들을 떠올린다.

그들의 척박한 삶을 떠올린다.

입구 하나하나를 번듯한 문을 달아놓은 잘 차려진 막고굴 옆으로 아직도 정리가 되지 않은 석굴들이 멀리로 보인다.

이 모습이 훨씬 더 감동적이다.

이제야 비로소 화공들의 모습이 떠올려진다.

여기에서 살았던 사람들이 느껴진다.

천년을 넘도록 이곳을 지나쳤던 사람들의 흔적을 깨닫는다.

 

후~~~

그래! 니가 제일 예쁘다.

사막의 대화랑이라는 막고굴을 찾아온 오늘, 내가 만난 어떤 것 중에 니가 가장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