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지금은 여행중 /5월 실크로드

불과 모래와 바람의 땅. 오월 실크로드 9

프리 김앤리 2011. 6. 18. 07:00

<투루판 다섯번째 이야기>

아!! 교하고성.

설명을 할 수가 없다.

눈물나도록 감동적인 곳이다.

 

박재동의 책, 「 실크로드 스케치 기행」의 교하고성 편을 그대로 옮기는 것으로 우리의 감동을 전한다.

 

  교하고성은 미리 말하지만 정말 환상적인 곳이다.

  나는 폐허가 주는 신비감과 아름다움을 이곳에서처럼 확실하게 느껴본 적이 없다.

  ...

  교하고성은 두 개의 물줄기가 교차하는 곳이라서 생긴 지명이며, 두 강 사이에 솟아있는 천혜의 자연 성으로,

  기다란 항공모함 같이 생긴 요새다.  일명 야르호토(야르는 땅이니까 '땅의 성')라고도 불리는데

  2,400년 전부터 고창국의 국씨가 다스리고 있던 것을 640년 당태종이 정벌한 다음 서주라 명명하고

  앞서 얘기대로 안서도호부를 두었다 한다.

  주거지와 시장이 있고 절과 관공서, 연병장까지 있던 요새의 나라,

  이제는 폐허가 되어 흙더미만 남아 있다는 고성으로 한번 올라가 보자.

  올라가니 서서히 나타나는 풍경이 심상치 않다.  폐허가 되어 흙더미만 남아 있다는 흙더미 도시.

  이것이 현실인가, 일부러 연출한 곳인가. 여기저기 둘러보는 족족 그대로 공상과학 만화나 영화 속에 나오는 무대다.

  이 모습 그대로 삶의 무상함을 이야기해 주는 말없는 작품이요, 왠지 모를 영감을 주는 짠한 풍경이다.

  충격이다. 황량함이 어떻게 이토록 신비감을 줄 수 있단 말인가?

  황량하기 때문에 이런 느낌을 주는 걸까? 골목길로 들어갈수록 이상한 시간과 공간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에 휩싸인다.

  그러면서 묘한 해방감까지 든다.

  ...

  조금만 더 머물면 여러 작품이 나올 것만 같다. 바리공주가 저만치 앞에서 거니는 듯 하다.

  나는 이런 곳에 오면 폐허가 되기 전의 생활을 한번씩 떠올려본다.

 

  사람들이 집 안으로 드나들고 아이들은 뛰어다닌다. 채소와 과일, 옷가지 등 생필품을 파는 시장에는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멀리 부처님을 모신 절이 보인다. 이곳 생활의 중심이 되는 곳이다.

  짐 실은 낙타와 말이 지나다닌다. 팔기 위해 싣고 가는 짐도 있고, 멀리서사가지고 오는 짐도 있다.

  멀리 연병장에서는 가끔씩 훈련을 하는 함성소리가 들린다.  아이들에게는 가장 좋은 구경거리다.

  형님도 있고, 삼촌도 있다. 이따금 승려가 지나가면 사람들이 고개 숙여 인사한다.

  뒤이어 병사들이 창을 들고 지나가면, 물동이 이고 가는 처녀는 혹 자기가 좋아하는 청년이 거기 섞여 있지 않을까 살짝 고개를 돌려 쳐다본다...

 

  그런 날들이 있었겠지... 평화롭기도 했겠지만, 생각해보면 이렇게 외따로 떨어진 요새에서 전쟁의 위협속에서 살아야 했으니

  긴장감 또한 가득했을 것이다. 그 청년은 마침내 침입해 오는 적의 공격에 맞서 싸우다 죽고, 처녀도 함게 죽었을는지 모른다.

  국왕은 항복을 하고 이곳은 적의 땅이 된다. 적은 흉노일 수도 있고, 페르시아 일수도 있고, 한나라일수도 있다.

  당분간 평화가 지속된다. 흉노가 괴고, 회교도가 되고, 한나라 사람이 된 채...

  그리고 얻은 평화. 이제 사랑하는 남자가 전쟁으로 죽어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 아녀자가 모조리 능욕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은 없다.

  그런 평화는 어떤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여기서살아가는 이 곳 사람들만이 알 것이다.

  평화로워 보인다.  아니, 실제로 평화로울지도 모르겠고, 잘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페르시아의 침입으로 회교도가 되어 누리는 평화. 아마도 그것은 이곳 사람들의 마음에 평화를 주고 있을 것이다.

  야르호토 사람이 아니라 중국인이 되어 누리는 평화는?  그것도 전쟁보다는 나을 것이다.

  또 야르호토는 까마득한 옛날 이야기이기도 하니까 그런 얘기가 무의미할지도 모른다.

  과거의 삶이 지나가고 남은, 그래서 마치 나방이 벗어버린 허물 같은 이 폐허.

  이 폐허가 지녔던 예전의 긴장과 지금 누리는 평화를 보면서 묘한 감회에 젖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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