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지금은 여행중 /10월 터키

<터키 배낭여행 9> 패러글라이딩 대신 하맘 ?

프리 김앤리 2011. 7. 18. 06:00

 

<터키 지중해를 즐기는 법 1 - 패러글라이딩>

혹시 세계 3대 패러글라이딩 포인트가 어디인지 아시는가?

스위스의 융플라우, 네팔의 포카라, 그리고 터키의 지중해에 있는 조그만 해안가 마을 욜루데니즈다.

스위스 융플라우는 알프스의 한 자락에서, 그리고 네팔의 포카라는 히말라야의 산자락에서

하늘로 날아올라 흰 눈 덮힌 장엄한 산을 바라보며 우거진 숲 사이를 유영하다 아래로 내려오며

자유를 만끽하는 패러글라이딩이다.

그런데 이 두 경우와 달리 욜루데니즈에서의 패러글라이딩은 2,000m 높이의 산위에서 날개를 펼쳐 아래로 내려오면서

눈이 시리도록 푸른 지중해 바다위를 마음껏 날아다니다 백사장 위로 살포시 떨어지는 걸로 유명하다.

'바다 위를 날으는 순간'

'마치 바다로 떨어지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을키는 짜릿함'

더구나 욜루데니즈에서의 패러글라이딩은 스위스 융플라우의 비용에 거의 절반밖에 들지 않는다는

매력까지 있다.

 

그래! 2002년 그 뜨거웠던 여름, 욜루데니즈에 발을 디디는 순간

나도 마음으로는 이미 푸른 지중해 위를 날으고 있었다.

 

직벽처럼 솟아있는 욜루데니즈 앞의 저 높은 산 위로 올라가 빨강 파랑 노랑 원색의 패러글라이딩에 몸을 싣고

지중해 푸른 바다위를 마음껏 날아다니다가

살포시 저렇게 백사장으로 내려 앉는 꿈.

스위스에서는 너무 비싸 꿈도 못꾸었던 패러글라이딩.

혼자 떠나온 이 곳에서 마음껏 자유를 누리리라 상상하고 있었다.

상상대로만 진행되었더라면 그날 나는 당연히 지중해의 하늘을 날았어야 했다.

욜루데니즈의 하얀 백사장에 패러글라이딩 날개를 접으며 살포시 내려앉았어야 했다.

해변에서 이상한 그 녀석만 만나지 않았더라면...

 

제법 이른 아침이었다.

지중해의 또다른 도시 카쉬에서 이른 아침 출발하여 욜루데니즈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11시쯤.

한여름의 바다는 벌써부터 달아오르고 있었다.

아침도 못먹은데다, 그날 저녁 잘 방도 구해놓지 않은 상태.

이 집, 저 집 기웃거렸지만 빈 방은 하나도 없단다.

우선 해변의 레스토랑에서 아침을 시켰다.

아침부터 북적거리는 레스토랑이었다.

가만 보니 레스토랑 안쪽에는 얼기설기 만들어놓은 가건물 같은 것도 보인다.

숙소처럼 보였다.

아침을 갖다주는 젊은 청년에게 혹시 이 집에는 하룻밤 묵을 방이 없는지 물었다.

있단다.

자기네들 숙소가 있는데 거기에 방이 하나 있단다.

이게 웬 떡!!

그러면서 지금은 안되고 오후 2~3시 넘으면 방엘 들어가도 된단다.

그동안은 짐을 여기 맡겨놓고 두세시간 놀다오면 된단다.

마침 오늘 자기 근무가 이제 막 끝나니까 자기가 욜루데니즈를 구경시켜주겠다나?

여행오는 사람들은 잘 모르는 멋진 곳이 있단다.

아니!!! 이 아침!!! 떡이 막 겹쳐져 오는구나!!! 으하하하 !!!!

가방을 맡겨두고 덜렁 따라 나섰다.

바로 앞의 눈부신 해변을 두고 반대편 길로 들어선다.

그 쪽으로 가면 멋진 블루라군이 있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던 터라 아무 의심도 없었다.

여기 정말 멋지다, 터키 사람들은 참 친절하다(그 전까지 터키 사람 모두는 정말 한결같이 친절했다. 천사같았다.)...

뭐 이따구 이야기를 둥기둥기 하고 걷고 있는데

이 녀석, 해변길을 제법 벗어나자 내 어깨에 손을 얹는다.

미친 놈.

야 ! 손 내려라. 무슨 짓이냐!

뭐 어떠나? 너 놀러 온 거 아니냐 !

장난치냐? 나 한국 가면 남자 친구 있다.

(으이구!!! 왜 그 순간에도 나는 남편이 있다는 말이 안나오고 남자친구란 말이 툭 튀어 나왔는지 지금도 이해가 안된다. ㅋㅋ)

그러면 어떠냐? 그 친구는 지금 한국에 있고 너는 터키에 와 있는 거 아니냐?

미친 놈.

당장 그만둬라. 나 돌아갈란다.

그래? 그럼 가라!

팽 돌아서 오던 길을 걸어나왔다.

붙잡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

왜,서양애들은 만남에 있어서도 헤어짐에 있어서도 쿨하다고 하지 않는가?

종종 걸음으로 해변까지 돌아와서 레스토랑에 맡겨둔 배낭을 찾았는데~~

갈 곳이 없다.

해변의 한낮은 이미 불볕더위였다.

잘 방도 없고, 배낭은 무겁고, 날은 덥고, 땀을 삐질삐질 흐르고...

패러글라이딩에 대한 마음마저 싸~악 달아나버렸다.

 

내가 선택한 것은??? 터키식 목욕탕, 하맘이었다.

더운 여름날 하맘이라니???

이 찌는 무더위에 한증탕이 무엇이며, 달궈진 대리석이 또 무엇이란 말인가?

오로지 무거운 배낭을 맡길 수 있었다는 이유와

다시 부딪힐지도 모르는 해변의 그 녀석을 피해 어딘가에 내 몸을 숨길 수있다고 판단한 유일한 장소가 하맘이었다.

으이구~~~

 

땀빼고, 때빼고, 비누 거품 맛사지, 샤워...

그리고 나는 곧바로 욜루데니즈를 벗어나 전혀 계획에도 없던 보드룸으로 떠났다.

덕분에 세계 3대 패러글라이딩의 한 포스트, 바다위를 날으는 욜루데니즈에서의 비상은

꿈으로만 접어놓은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