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지금은 여행중 /8월 터키, 그리스

셀축은 복숭아다, 귀걸이다

프리 김앤리 2011. 9. 20. 22:25

 

<8월 터키  SBK 단체배낭 7>

 

여행기에서 가장 흔한 이야기부터 시작해보자.

셀축은 에페스 유적지와 가장 가까운 터키 에게해 연안의  마을이다.

물론 그리스 마을로 알려진 시린제와도 아주 가깝다.

에페스는 로마제국 시대의 광대한 유적지로 사람들의 집터와 아고라, 대형 야외경기장, 수로시설 등으로 아주 유명하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셀수스 도서관과 화려함의 극치를 이루는 대리석길, 하드리아누스 신전,

세계 최초 광고판이라는 유곽 안내판도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세계 몇대 불가사의 중의 하나로 친다는 아르테미스 신전터도 셀축에 있고,

예수님의 어머니 성모마리아가 최후까지 살았던 집터도 여기에 있다.

성모마리아를 마지막까지 모셨다고 알려진 요한의 무덤도 이 곳에 있다.

사도 바울이 사람들을 모아 예수님의 말씀을 전했던 곳이기도 하고, 그가 박해를 박았던 곳도 하다.

그래서 성지순례로 터키를 여행하는 사람들에게는 셀축이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는 곳이다.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개신교나 카톨릭 신자였던 몇몇은 물론이거니와

전혀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았던 나머지 몇몇도 종교의 발자취를 돌아보았고

종교와 상관없이도 사람들이 살았던 오랜 역사의 흔적을 되짚으며 그들의 광대함에, 한때의 찬란함에 넋을 잃었다.

 

비록 돌덩이로만 남아있어도 에페스 유적은 참 대단했다.

 

아이패드에 담아온 자료를 열심히 찾아보고 공부까지 해가며 여행하는 열성도 보였다.

 

유적의 어느 한 귀퉁이 잘려져 나온 니케 조각상 앞에서 폼도 잡아보고

 

성모마리아의 집에 가서는 산자와 죽은 자 모두의 영혼을 위해 촛불을 밝히기도 했다.

 

기둥 하나로만 달랑 남아있는 아르테미스 신전앞에서

인간이기에 가질 수 있는 상상력을 동원해 당시의 신전을 머리속에 그려냈다.

 

뙤약볕이 내리쬐었지만 사도 요한의 무덤에 들러 오랜 역사를 실감했다.

...

...

그러나...

 

우리에게 셀축은 휴식이었다.

그리고 친절이었다.

조그만 호텔, 아주 조그만 호텔.

무거운 가방을 들고 좁은 계단을 따라 5층까지 낑낑낑 걸어올라가야 하는 콩알만한 호텔.

그러나 그들이 우리에게 돌려준 건 호의와 친절, 감동이었다.

체크아웃을 이미 하고 난 시점에도 그 작은 호텔의 거실을 수시간 동안 점거한 우리들에게 불만은 커녕

방하나를 선뜻 내어주며 우리 모두를 샤워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었다.

찬바람이 씽씽 나도록 에어컨을 틀어주었고

시끄러운 우리의 잡담을 고스란히 다 받아주었다.

우리에게 셀축은 친절이었다.

 

우리에게 셀축은 또, 맛있는 음식이었다.

 

몇십미터 되지 않는 짧은 거리의 골목, 줄지어 늘어서 있던 작은 식당은 우리를 행복하게 했다.

 

 

 

착한 가격에 맛있는 저녁.

 

셀축에서 우리가 여전히 행복했던 이유이다.

 

셀축에서30분 거리에 있던 그리스풍의 마을 시린제는 우리에게 선물코너였다.

버진 올리브 오일, 로즈 오일, 말린 라벤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아내였고, 누군가의 엄마였고, 누군가의 친구, 누군가의 동료였다.

한국에서의 유기농 식탁을 위한 올리브에 눈이 갔고, 

친구와 동료들에게 선물할 로즈오일에 마음이 갔다.

 

그리고...

 

아!!!! 복숭아!!!!

그래 셀축은 복숭아였어, 시린제는 복숭아였던 거야.

다른 사람은 다 몰라도 같이 여행했던 우리들은 안다.

셀축이라는 단어와 함께, 시린제라는 기억과 함께 떠오르는 달콤한 복숭아의 향기를...

 

그리고...

시린제 마을의 좁은 골목에서 만났던 아주 귀여운 아가씨.

그녀는 귀걸이, 목걸이, 팔찌를 팔고 있었다.

아주 어린 아가씨와 귀걸이 가판대.

슬픈 이야기여야 하는데...

우리는 그 어린 아가씨가 내어놓은 귀걸이에 광분했고

따지지 않고 이것저것 줏어담는 우리 덕분에 환하게 웃는것 같아

미안하면서도 고마웠다.

 

우리에게 셀축은 상큼하도록 귀여운 아가씨였고, 마음에 쏙 드는 귀걸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