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지금은 여행중 /8월 터키, 그리스

중년의 여인들을 하루종일 웃긴... 욜루데니즈 지프투어

프리 김앤리 2011. 9. 19. 19:07

 

<8월 터키  SBK 단체배낭여행 5>

이렇게 많이 웃은 날도 없다.

'배꼽이 빠진다'는 표현이 이보다 딱 들어맞을 수 없는 날이었다.

중년의 여인들을 하루종일 웃게 만든 터키 지중해의 하루,

욜루데니즈의 지프투어가 가져다 준 선물이었다.

 

한 지프당 열 서너명, 모두 일곱대 정도의 지프가 함께 출발했다.

모두들 수영복 차림이었다.

지중해를 간다고 온갖 원색의 호화찬란한(?)  옷을 준비해왔건만

제대로 그 옷 한번 뽐 낼새도 없이

이거야 원, 하루종일 수영복만  입혀놓는다고 투덜거렸지만

출발 몇분만에 우리는 수영복 패션이 아니고는 이날 하루를 견뎌내기 힘들었겠다는 걸 금방 눈치챘다.

 

출발과 동시에 여기저기서 날아오는 물총세례.

처음엔 조그만 물총으로 여기저기 지프에서 물을 찍찍 뿌려댔는데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처음에 우리는 '조신한 대한민국의  중년 여성'으로의 자세를 견지하려고 했다. 

'이 나이에 물총싸움이라니...

 그래 느거들은 까불어라, 우리들은 품위를 지킬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이게 아니다.

다국적으로 무장한 각각의 지프에서 뿜어대는 물총은 약과,

지프가 지나가는 길목마다 집에서 뛰쳐나온  현지인들은 고무호스를 들이대고  물을 뿌렸다.

잠시 서 있으면 커다란 물통을 그대로 뒤집어 씌우고

달리는 차 안으로 마구 분사되는 온갖 물줄기들.

우리편으로 착각하고 있었던 우리 지프 기사도, 알고보니 적군이었다.

잠시 내렸다가 어디선가 물통 한바가지를 우리에게 뒤집어 씌우기도 하고...

모두들 파란눈 높은 코의 서양인들은 코납작한 동양여인들에게 덤벼들었다.

으악!! 으악!!!

수구리! 수구리를 연방했지만 고작 머리를 수그리는 방어만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세상은 이미 아니었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였다.

우리도 물총을 쏘아대고, 물바가지를 뒤집어 씌우고...

ㅋㅋㅋ

얼마나 웃고 얼마나 소리를 질러댔던지...

품위고 나발이고 일곱대의 지프는 어느새  물총 전선이었다.

 

^_^**

이걸 사진으로 찍어놨어야 하는데...

모두들 전투에 너무 열중해서리...

종군기자가 있어야 하는건데...

 

하루의 모진 물총 전투를 끝낸 대한민국 여전사들.

적군보다 더 우리를  괴롭혔던(?) 기사 아덴 아저씨.

영화 레옹의 장 르노를 닮은 지프투어 보조 인솔자. 그는 꽃화분 대신에 물총을 들고 있었다.

그리고 온 몸을 다받쳐 우리를 지켜주던 세명의 투르크 전사들.

이스탄불 대학생 AKIN과 그의 친구들.

대단한 전투력을 보여주던 멋진 친구들이었다.

어이, 총각들! 그대들이 있어서 얼마나 든든했던지...

 

물총 싸움 중간중간에 어디 조그만 유적지도 돌아보고, 카페트 가게도 둘러보고

초간단 파크에도 들르고, 어느 그늘 아래서 송어요리, 닭고기 요리의 점심도 먹었지만

그건 그저 그런 하나의 코스일뿐.

우리는 온몸을 다 적시는 물총 싸움 하나만으로도 이미 지프투어에 만족하고 있었다.

(참 단순한 사람들???)

 

그것으로 끝내도 몇년간 웃을 웃음을 다 웃은 것 같았었는데...

하루의 행복함을 다 받은 것 같았는데...

다음 코스로 찾아간 사클라켄트 계곡은 우리를 더욱 흥분시켰다.

빙하계곡, 사클라켄트 계곡.

 

깨끗한 계곡 위로 곱게 만들어 둔 나무데크길.

내 가방 뒤에 꽃혀진 게 '터키제 물총'

 

모든걸 다 씻어내는 듯, 정말 상쾌한 바람이 불었다.

 

사클라켄트 계곡 트레킹은 중간에 빙하 계곡을 한번 건너가야 한다.

'뼛속까지 시린 물'. 여기서는 이 표현이 딱 들어맞았다.

온 몸이 얼어붙는 듯한 느낌.

그래서 이 곳은 여름 한철에만 건널수 있는 계곡이다.

복받았다. 우린 정말.

 

계곡은 점점 깊어지고...

저질 체력, 중년 여인들은 계곡 깊은 끝까지는 다 못들어가고...

 (시간을 더 줬더라면 저질체력으로라도 끝장을 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저질 체력을 탓하기보다는 지프투어의 시간 안배를 탓하기로 했다. ㅋㅋ)

 

^_^****

 으하하하하하하하~~~

 잠시 고민했다.

 이곳에서의 사진을 공개할까 말까.

 그래도 같이 여행한 사람들의 즐거움을 위해 공개한다.

 깔깔깔 대던 우리들의 웃음을 추억하기 위해 올린다.

 얼마나 즐거웠는지 함께 간직하기 위해 올린다.

  "그러길래... 도쌤!!! 쌤도 얼굴에 진흙을 발랐어야지요...

   그래야 누가 누군지 제대로 못알아보지요.

   저기 중간에 봐요.  설쌤은 도대체 누군지 모르겠잖아요.

   여자 설**씨가 아닐까 우리를 깜짝 놀래킨 것 말고는요..."

 크하하하하하하하~~

 다시 봐도 너무 우습다.

 "은주야, 니 있는 사진 공개하고 싶었는데, 그건 완전 19금이더라. 크하하하하~~~ "

 

그리고 우리는 터키에서 가장 긴 해변이라는 Patara로 갔다.

끝도 없이 펼쳐진 자갈해변.

해변가로 펼쳐진 나무의자에 몸을 뉘었다.

해는 이미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아쉬운 듯, 우리는 또다시 바다에 몸을 담그고

 

소녀들처럼 바닷가를 거닐었다.

 

  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기간이 아니라

  마음가짐을 말한다.

  장미의 용모, 붉은 입술, 나긋나긋한 손발이 아니라

  씩씩한 의지, 풍부한 생각, 불타오르는 정열을 가르킨다.

   ...

  청춘이란 두려움을 물리치는 용기

  안이함을 선호하는 마음을 뿌리치는 모험심을 말한다.

  ...

                                                    -  사무엘 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