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지금은 여행중 /9월 터키

같이 또 따로 - 9월 터키 배낭여행 마지막 이야기

프리 김앤리 2011. 10. 31. 06:00

 

<9월 터키 - 투어야 단체배낭 터키 2기>

이제 당신들에게 마지막 선물을 띄웁니다. 

 

터키를 다녀온지 벌써 한달 보름이 지났습니다.

같이 한 시간은 고작 열흘밖에 안됐지만  우리는 이미 아주 오랜 친구들처럼 되어버렸습니다.

같이 지낸 시간의 몇배의 시간이 흘렀지만 우리는 서로에게 그리움의 대상입니다.

 

지난 주말에는 대구 사는 정이랑, 진영 사는 희씨가 불꽃 축제를 본다고 부산을 왔습니다.

다른 사람과 함께 가는 불꽃 축제였는데, 정은 굳이 해운대까지 나타나 또 다른 정이랑, 쩡, 그리고 절 만나고뒤에 일행과 합류하였습니다.

희씨가 조금 늦게 나타나 다 같이 만나지 못한 것을 우리는 몹시  아쉬워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쩡이 자기 어머니를 모시고 진영까지 가서 희씨랑 만나고 있다고 카카오톡을 보내왔습니다.

 

모두들 그리운 얼굴들.

오늘 나는 터키에서의 어느 하루를 선물로 보냅니다. 

같이 여행을 하고 있었으나, 또 완전히 자유롭게 혼자 그리고 끼리끼리 알아서 시간을 보낸 어느 날,

그날, '괴레메의 하루'를 엮어 올립니다.

 

원래 당신들은 다 혼자 놀기로 하셨었어요.

그래도 다른 사람들은 혹시 되면 단체로 신청해서 같이 말을 타려고 했지만

'화' 당신은 처음부터 말에는 관심이 없으셨어요.

그냥 괴레메 마을 이곳 저곳을 다니겠다고 그랬어요.

그런데 말타는 게 취소 되고 나서 아마 당신들은 괴레메가 다 내려다 보이는 언덕위에서 만났나봐요.

 

아마 여기에서 헤어진 이후 당신은 완전한 혼자가 되었겠지요.

그냥 발길 닿는대로 괴레메의 여기 저기를 다녔다 그랬어요.

알지도 못하는 어느 골목, 낯선 어느 바위길에서 당신은 혼자였겠지요.

그러다 이 곳에서 가이드를 하는 어떤 남자를 만났다고 했어요.

손까지 잡아주면서 바위 위로 올려주고 자기를 이끌어주던 그 남자.

괴레메의 구석구석을 설명해주던 그 남자.

당신은 그렇게 생각했다 하셨지요.

이 남자가 혹시 돈을 원하는 건 아닌지, 혹시 지금 이 순간이 위험한 건 아닌지...

그리고 당신은 이런 생각에 도달했다는 이야기도 해 주었어요.

 '그래, 돈은 다 잃어도 된다. 여권만 잘 챙기고 있으면 돈은 다 줘도 된다. 그리고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가기만 하면 된다.

  친구들을 만나기만 하면 된다....'

오후에 만나서 그 이야기를 전하는 당신은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어요.

그건 무사히 살아돌아왔다는 안심이 아니라 터키인의 친절을 온 몸으로 느꼈기 때문이라고 했어요.

 

당신은 늘 조용한 사람이었습니다.

맏언니여서 그랬나요? 아니면 원래 그렇게 부드럽고 조용한 사람이었던가요?

당신도 괴레메가 내려다 보이는 그 언덕엘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동생들을 만나 몇 컷의 사진을 찍고 조용히 다시 호텔로 올라왔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저녁에 다시 만날 때까지 당신은 거기서 책을 읽었다고 했지요.

당신이 택한 자유로운 하루는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었다고 했습니다.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 책을 읽는 일 이외에는...

당신은 그렇게 책이 잘 넘어가더라고 했습니다.

호텔의 스텝이 꼼짝않고 책만 읽고 있던 당신을 신기하게 바라봤다지요.

한줄기의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고 했습니다.

일상에서는 일에 지쳐서 오히려 잠들기가 힘들었는데

이 날 당신은 나무 그늘 아래서 달콤하고도 깊은 잠을 잤다고 고백했었지요.

 

사실 은언니 당신이 종일 앉아서  책을 읽었던 나무 의자 나무 그늘은 바로 여기이지요.

오후 무렵, 막둥이 동생이 올라와서 아마 언니랑 시간을 같이 가졌나봐요.

 

미! 당신은 그날 어디서 무엇을 하셨나요?

일상에서는 늘 '을'이라는 당신, '갑 질' 하는 사람들이 괘씸했다구요.

ㅋㅋㅋ

그러나 당신, 그거 알아요?

우리 인생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 을이라는 사실.

갑이라고 폼잡고 있는 사람들도 어느 다른 관계에서는 결국 을일 수 밖에 없다는 사실.

 

당신은 괴레메의 이 곳 저 곳을 혼자 다녔다고 했어요.

그리고는 당신도 언니들이 올라갔던 괴레메 언덕을 올랐지요.

그곳을 그냥 걸어서만 올라갈 수 있는 곳인 줄 알았는데, 옆길로 차도 올라와서 아주 놀랬었다고 했어요.

괴레메 그 언덕의 나무데크에 혼자 앉아 세상을 즐기고 있었다고 했지요.

그런데 다른 나라 애들이 와서 말을 걸었다고 했어요.

같이 가자고 말했다면서요.

그런데 당신은 그 때 약간 두려웠었다고 나중에 말했었지요.

아무리 여행지라도 모르는 사람을 따라 나서기는 두려워서 그냥 보내버렸다고, 그래서 결국 다시 혼자를 즐겼다고 했습니다.

커피를 마시면서 그 이야기를 하는 당신의 표정은 그 때의 그 결정이 잘했다고 말하면서도

한쪽으로는 약간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어요.

해 보지 않은 일에 대한 결과는 아무도 몰라요.

같이 따라 나서지 않았기 때문에 위험한 일은 없었고, 또 아쉬움이 남는 거랍니다.

 

그래요. 길거리 이 까페였어요.

모두들 그동안 각자가 무슨 일을 하고 있었는지 모르지만 어디선가 무언가들을 하다가 하나둘씩 이 카페를 왔다 갔다 했어요.

그러니까 우리 아지트 같은 곳이었지요.

 

만난 몇몇이 냉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어디선가 부릉부릉 소리가 나더니 헬멧을 쓴 석, 당신이 나타났어요.

당신은 그 때 혼자서 스쿠터를 빌려 타고 괴레메 구석구석을 다니고 있다고 했어요.

원래는 말을 타고 싶었지만 여행이 다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더라고 말했었나요?

다른 사람들은 ATV를 빌리고 당신은 조그만 스쿠터를 빌렸다고 했지요.

ATV를 탄 친구들과 같은 길을 가려고 했었는데, 괴레메를 벗어나자마자  그들을 놓쳤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괜찮았다구요.

스쿠터가 아닌 바람을 타고 이 계곡 저 계곡을 다녔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당신은 그랬어요.

괴레메 전체가  이제 당신 눈에 남아있고 마음속에 담겨있다고.

 

이 친구들이었군요.

운, 쩡, 정, 정.

당신들은 진정 액티비티를 바란다고 했어요.

말을 타겠다고 가장 적극적으로 나온 사람들도 당신들이었지요.

하여튼 당신들은 괴레메 광장에서 ATV 두대를 빌려 나눠타고 괴레메 계곡 계곡을 누볐다고 했습니다.

남자 1호 당신은 이 날이 이번 여행의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고 말했지요.

진정한 휴가라는 느낌, 몰입의 경험까지 했다고 격찬했습니다.

그 정도였단 말이지요?

 

혹시 대구 정이 같이 타고 있어서 그랬던 건 아닐까요?

정, 당신은 그랬어요.

당신 자신을 즐겼다고, 그 속도의 짜릿함을 즐겼다고.

즐겁다, 신난다, 행복하다라는 모든 생각을 다 한 순간이었다구요.

진짜 여행을 떠나온 느낌이었다고.

 

그러면 고운이 당신은요?

당신은 돌아와서 먼지 이야기를 많이 하기는 했어요.

날아들어오는 먼지덕분에 눈가에 진물이 생기는 것 같다고 했어요.

그렇지만 걸어다니던 괴레메, 하늘에서 보던 괴레메와 ATV를 타고 보는 괴레메는 달랐다고 했어요.

자유를 느꼈다고 했지요.

그리고 당신은 이런 말을 나에게 전했어요.

이제 이 자유를 느낄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나는 이제 공부 하러 떠나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런 강한 결심이 들더라구요.

 

쩡, 당신은 한국에서도 운전을 즐기는 분이예요.

그래서 동생을 뒤에 태우고 자신있게 하늘을 오르는 기분으로 액셀레이터를 밟았다고 했어요.

하늘을 오르는 기분이었다고 했어요.

그런데 잘 안되더라면서요.

높은 경사길의 언덕에서는 몇번을 시도했지만 그냥 미끄러지더라면서요.

오르고 미끄러지고 오르고 미끄러지고...

뒤에서 따라오던 운 오빠와 대구 정이 막 달려오는 모습이 보이더랍니다.

혹시 사고가 났나보다 생각했었던 모양이라구요.

결국은 네명이서 깔깔깔 거리고 웃었다고 당신들은 말했습니다.

 

속도를 즐기신 당신, 당신들은 이 날 이후 입에 침이 마르도록 ATV를 자랑했습니다.

 

사실 이제서야 말이지만 그날 저녁에 ATV를 다 타고 다시 나타난 당신들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습니다.

혹시 날 아는 척 할까 부끄러울 지경이었습니다.

먼지를 홈빡 뒤집어쓰고서도 뭐가 그리 좋은 지 입은 헤벌레 벌어져서는

눈가는 먼지로 짓무르고...

옷은 거의 회색이어다고 할까요?

그나마 하맘으로 달려간 쩡 정도만 용서가 되더라니까요.

ㅋㅋㅋ

 

헉! , 당신은 이럭하고 놀았나요?

달력 모델 버전??? ㅋㅋㅋ

 

당신은 이 날 바빴어요.

누구보다도 괴레메를 많이 돌아다니신 분이니까요.

당신은 두루두루 흩어져 있는 애들을 찾아야 한다고 그랬어요.

전날 저녁에 항아리케밥과 맥주까지 8명 식사비를 몽땅 다 지불한 통 큰 당신은 어제 다른 동생들  밥을 못사줬다고 말입니다.

이거 배낭여행 맞아요?

1달러 2달러로 벌벌 떠는 배낭여행 맞냐구요?

당신은 기어코 어제 못사준 동생들을 찾아 점심을 사줬다고 했습니다.

그거도 다른 친구 이야기를 듣고 알았어요.

나중에 내가 물어본 말에 당신은 이렇게 말했지요.

 " 돈 쓰는 재미? Oh No!  "

함께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선물을 줄수 있어 너무나 기쁘다고 말했어요. 착한 당신.

그리고도 당신은 바빴지요.

길거리 까페에서 만나 냉커피을 한 잔 얼른 마시고, 말타기 취소된 거 은 언니한테 알려준다고 다시 호텔로 올라갔지요.

아참, 그 전에 당신은 몇장의 엽서를 써서 부친다고도 했어요.

미안해요. 나는 당신이 누구에게 그 편지를 썼는지는 몰라요.

당신이 그 순간 가장 그리운 사람에게 썼을수도 있고, 아니면 당신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 일수도 있고.

당신의 괴레메는 그립고도 따뜻한 하루였을 거예요.

 

이게 바로 그 점심 시간이겠지요?

분명 그 길거리 까페는 아닌 걸 보면.

당신들은 이 날 점심 이렇게 서로들 만났나봐요.

그리운 에페스 맥주까지 앞에 두고.

 

이 사진보면서 잠깐 생각해 낸건데요.

신,당신은 이때 이미 선글라스가 없어요.

제일 처음 사진, 괴레메 언덕위에서 찍은 사진에는 당신이 분명 선글라스를 끼고 있거든요.

이 시점에 이미 당신은 선글라스를 잃어버린 건지, 아니면 이 순간은 더워서 잠시 벗어놓고 있었던 건지...

 

하여튼 당신들은 이렇게 같이 점심을 먹고 각자 개인 시간을 가졌던 거예요.

 

혜, 당신은 길거리 까페에서 커피를 한잔 하고 혼자 차우신 마을로 떠났어요.

당신의 미모라면 걱정하지 마시라고, 히치 하이킹에 전혀 문제가 없을거라고 제가 당신을 추켜세웠지요.

나 정도의 생김새만 해도  터키에서의 히치 하이킹은 식은 죽 먹기였으니까요.

ㅋㅋ

그렇게 당신은 떠났지요.

그리고 제 예감은 적중했어요.

당신 혼자서 몇걸음도 안 걸어가서 찻길 건너편을 지나가던 차가 삑! 하고 서더라면서요.

그리고 당신을 차우신 마을까지 태워주더라고 했습니다.

돌아올 때도 외국인들과 같이 서서 차를 세우는데 두번째 차가 바로 서서 괴레메까지 무사히 데려다 주더라구요.

똑같은 터키의 마을이기는 하지만 차우신 마을은 괴레메에 비해 훨씬 더 시골스럽고 정감이 가는 곳이예요.

당신만 거기를  다녀오신거예요.

 

ㅋㅋㅋ

맞죠, 신.

당신은 어느 순간부터 선글라스가 없었던 거예요.

당신은 괴레메 언덕을 내려와 괴레메 골목 골목을 다니며 조그만 가게에 다 들어갔다고 했어요.

티셔츠를 샀다고 했나? 아니면 기념품을 샀다고 했나?

하여튼 당신은 신나게 뭔가를 샀고, 괴레메의 뙤약볕 아래 벤치에 앉아 엽서를 쓰고 있었어요.

혼자 앉아 있던 그 모습은 지금도 내 눈에 박혀 있어요.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혼자 앉아서 엽서를 쓰는 당신의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어요.

ㅋㅋㅋ

그리고 조금의 시간이 지난 후 까페에 앉아 있던 나는 당신이 이 거리 저 거리를 허겁지겁 지나가는 모습을 몇번이나 봤어요.

처음엔 영문을 몰랐어요.

그런데 다른 사람이 일러줬어요.

당신이 지금 선글라스를 잃어버렸다고, 그래서 당신이 오늘 하루종일 돌아다녔던 괴레메의 골목골목과

당신이 들렀던 가게, 앉았던 벤치를 되짚어 돌아다니고 있다고...

땀에 홈빡 젖은 당신은 우리가 있는 까페로 왔어요.

얼굴 전체에 아름다운 미소는 여전히 지으면서요.

그러면서 그랬어요.

아침에 호텔에 두고 온건 아닐까? 그런 거 같아, 호텔에 두고 나온게 맞아...

오늘 어느 순간에 당신이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걸 본 것 같은데 당신은 추정에 추측에 급기야는 단정까지 하며

호텔로 올라갔지요.

그래도 당신이 남긴 말은 지금도 잊혀지질 않아요.

 " 또 몰라요. 호텔에 두고 온 것 같기도 한데... 어쩜 아닐지도 몰라요...

   그렇다면 할 수 없지요, 뭐. 잊어버리자, 잊어버리자, 빨리 잊자라고 생각해야지요. "

그 때도 당신의 얼굴은 미소를 띄고 있었습니다.

나는 그 순간, 여행을 참 잘하고 계시는 당신, 아름다운 당신을 보았습니다.

 

이제 이번 터키 이야기를 끝냅니다.

 

단체 배낭여행으로 떠난 우리들.

당신들은 혼자를 즐길줄도 알았고, 함께 하는 시간도 좋아했습니다.

 

그리하여 나는 당신들의 대장이 아닌,

개인의 여행을 즐길 줄 아는 한 명의 여행자로, 그리고 그룹으로 같이 떠난 단체의 일원으로

인솔이 아닌 '여행'을 하였음을 고백합니다.

즐거운 터키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