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지금은 여행중 /9월 터키

나는 열한명의 친구를 얻었다 - 터키 여행후기 4

프리 김앤리 2011. 10. 24. 06:00

 

그는 내 제자다.

20세기가 끝날 무렵, 나는 그의 선생이었고 그는 나의 학생이었다.

 

잠깐 옆길로 새자.

또 다른 한명의 제자가 있었다.

나는 이 친구가 중학교 2학년때 담임이었다.

내가 고등학교로 학교를 옮기고 나서 이 친구도 그 고등학교로 입학했고

우리 둘은 인연이 깊었던지 1학년때부터 내가 담당하고 있던 신문반 동아리로 들어와

편집장까지 거치면서 학교신문 제작에 눈부신 활약을 했던 친구다.

대학에 들어가서도 일년에 몇번씩은 만나 술을 마시던 사이,

어느날 이 친구는 학교를 휴학하고 남미로 여행을 떠났다.

그리고는 무려 1년 4개월이나 남미 전역을 여자 혼자의 몸으로 배낭여행을 하며 간간이 소식을 전해왔다.

그러던 어느날  그는 세계여행중이던 나에게 한통의 편지를 보내왔다.  

 

  "... 와이나픽추에서 마추픽추 보면서 멍하게 있는데
   잊고 있던 기억조각이 생각났어요.
   저 중학교 독후감상문에
   잉카인들 제대로 싸우지도 않고 숨기만한다고
   바보같다고 썼던 거 기억하세요? ㅋㅋㅋ
   거기에 란언니가 제법 긴 글로
   다르게 생각해보자고 코맨트 달아줬는데 ㅋㅋ
   아 부끄럽다 ㅋㅋ
   그 기억조각이 생각나더군요 ㅋㅋ
  그리고 내가 그곳에 있다는게 너무 신기했어요..."

 

중 2때? 독서기록장? 코멘트?

10년도 더 지난 이야기다.

나는 꼬맹이 그 애의 생각에다 무슨 코멘트를 어떻게 달았단 말인가?

 

다시 돌아오자.

20세기 말, 나의 학생이었던, 그러니까 이번에 터키를 같이 갔다온 그의 이야기로 돌아가자.

21세기에다, 10년도 더 지나고 2011년이던 올 유월,

우연히 블로그를 통해서 내 소식을 알게됐다며 이 친구를 비롯한 여럿이 연락을 해왔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날, 이제는 발랄하면서도 눈물 많던 여고생들이 아니라

성숙한 일곱명의 여인들이 되어 나를 찾아왔다.

반갑기도 하고 두려웠다고 하면 이해되실라나???

10년도 더 예전의 그 시점에 나는 이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쳤을까?

도대체 무슨 말을 하며 잘난 척을 했을 것인가?

나는 기억도 하지 못하고 까마득하게 다 잊어버리고 있는데

이 아이들은 어떤 기억의 한 조각을 간직하고 있을까? 

 

나는 이제 더 이상 그의 선생이 아니다.

그래서 더 이상 무게를 잡고 이야기 할 필요도 없으며

제법 괜찮은 인생의 멘토가 되어야 한다는 의무감에 시달릴 필요도 없다.

그러나 한때는 선생이었다는 사실이 나를 늘 괴롭힌다.

이미 뱉어버린 말들이 있고, 이미 해 버린 행위가 있어 두렵다.

 

이제 이 친구와 나는 함께 여행을 한 동료다.

이제는 더 이상 누구는 먼저가고 누구는 뒤따라와야 하는 관계가 아니라

모든 걸음을 함께 걸어가는 관계로 변화했다.

이제는 나보다 훨씬 더 성숙한 그가,

누구보다도 사랑스럽고 따뜻한 어른이 되어있는 그가 오히려 나를 이끌어줄 것이라 믿는다.

여행을 마치고 난 그가 열한명의 친구를 얻었다는 것 처럼

나는 이제 그의 친구가 되었기 때문이다.

 

혹시 아주 오래 전

그 때의 내 걸음이 비틀거리고 흔들거렸다면, 고운아!

오만으로 꼿꼿하기만 한 걸음을 걸었다면, 고운아!

그래, 이제라도 고칠 기회를 줘서 정말 고맙다.

같이 여행해줘서 정말 고맙다.

앞으로 또 한 명의 술벗이 되어줘서 고맙다.

 

그가 우리 여행사 홈페이지에 올린 터키 여행 후기를 올린다.

 

 

바쁘게 지내다 보니 여행에서 돌아온지 벌써 1달이나 되었네요..나는 아직 9월 터키에서 헤어나오질 못하네요.

새록새록 그리운 기억들이 떠오릅니다.^^
여행 전 터키 가는 여자가 되어버린 나..K양
워낙 입이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이라 이래 저래 만나는 사람마다 터키 간다고 광고를 했건만
막상 떠나는 날이 다가오니 모든 상황이 두려웠던 그때..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선생님 출장 간다며 온 동네 방네 떠들며 축배의 노래를 부른) 생각..
같이 가기로 했던 친구의(가스나..너 후회할 꺼를)변심^^
너무 바쁜 한 악기 학원(내 밥줄..)을 비울 걱정에 여행에 대한 설레임 보다는 걱정이 많았던 그때였다..

드뎌~~떠나는 날 아침.
별~해괴하게ㅋㅋ 뽕!!하고 해외 연수 가는 여자가 되어버린 한 악기학원 원장인 나는(길긴 기네..)

집을 나서기 전까지 짐을 싸느라 정신이 없었다.
전날 늦은 시간까지 일한 나는 남겨진 일에 대한 걱정들과 피곤함에 여행 전부터 지쳐있었다.

비행기에서 아무 생각 없이 쉬어야지 생각하며 집을 나섰다.
차갑게 느껴지는 새벽공기.. 아직 나의 마음은 싱숭생숭하다.

김해를 거쳐 인천공항에 가서야 같이 여행하게 될 12명의 사람들을 모두 만났다.
10명의 여자들과 2명의 추가 언니야들 (오빠야들 미안 ㅋㅋ) 다들 긴장한 얼굴인데 ..……….

참 어색하다.

옆에 있어도 어색하고 떨어져 있어도 어색하고 눈만 마주 쳐도 어색하다.

대구사투리, 서울사투리, 부산사투리,,,,암튼 어색하다.

그때를 생각하면 살찌~~기 웃음만 나온다. ㅋㅋㅋㅋ

촌스럽게 비행기 타는 것을 놀이 기구 타는 거 마냥 즐겼던 나인데.

이번에는 김해부터 심상치 않았다.

멀미는 나랑 상관 없는 일이라 생각했는데…

터키까지 깨질 것 같은 머리와 멀미 때문에 세상에 난지 30년 만에 처음으로 밥을 거부하는 대단한 일까지 일어났다.

무슨 정신이었는지,, 힘겹게 터키에 도착했다.
늦은 밤 이즈미르 공항에 내린 우리들.. 불과 10시간 전 내가 있던 곳과는 너무 다른 곳에 있다.

신기하게도 내 머릿속에 한국은 없다.

다른 세계.. 음하하 요론게 여행의 묘미~~

난 자유다!!

다음날부터 시작된 나의 9일의 터키 여행기..

좋았던 일들을 다 쓰자니 너무 많고 그렇다고 빼자니 하나하나가 너무 아쉽다.
뜨거운 태양에 나의 피부를 보호하느라 정신 없이 그늘만 찾아 다녔던 에페소 유적,,
대장님 아니 였으면 볼 수 없었던 파묵칼레 석양..

각각 혼자 여행 온 12명이 한 마음으로 바라본 파묵칼레 석양. 맥주 한잔과 음악..

그리고 떠오르는 사람들, 파묵칼레에서는 그러했다..

감동ㅠㅠ
하칸이 있던 괴레메!!

정림 언니 옆에 앉아있는데 저리 가라고 어찌나 눈치를 주던지..

터키까지 와서 이런 대접을 받을 줄이야,,,
하칸의 영어,, 아는 척 알아들은 척도 못하는,,

자존심 없는 쿨 했던 우리들(남자 2호:자존심은 멍멍이 한테나 줘버려!!)
시동!!!하나로 거친 코스를 정말 거침없이 달린 그녀..뒤에는 내가 매달려 있었다구요!.
아이엠 토일렛 하나로 배꼽 뺐던 그 날밤..

오파라치 오빠의 정림언니 스캔들 사건 취재까지 ,,
괴레메는….괴메디(괴상한 코메디)였다.

이 많은 일들 중 서로의 뱃살을 느끼며 탔던 ATV는 정말 최고였다.

적막함이 느껴지는 길을 가로 지른 우리는 괴레메의 무법자였다.

언니 달려~ㅋㅋ
그 이름도 유명한 이스탄불!!!

보기 힘든 나의 굴욕사진의 정점을 찍은 이곳!!!
사실 모든 사람들이 좋다고 말하는 이스탄불이라서 더욱 기대가 컸던 곳….

반면 모든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이곳에서

그 좋다는 무언가를 느끼지 못할까 봐 두렵기도 했던 곳이 이스탄불이었다.
유명한 블루 모스크.

아야 소피아 박물관 단지 이런 건축물들이 나의 마음을 어떻게 흔들까?,,하고 약간의 의심이 들었던 나의 머리에

종을 울린 대장님의 기가 막힌 말씀 관용!!

그리고 이스탄불은 끝!! 나는 그 무언가를 느꼈으니,,

이스탄불이 좋다.

그리고 나는 다시 꼭 이스탄불을 오리라..

터키가면 남자 한명 만나서 델꼬와~~여행전 너무 많이 들었던 말,,

비록 멋진 터키남자는 못 만났지만 11명의 매력적인 사람들을 만났으니 ㅋㅋ
비록 실패했지만..우리에게 독립심을 키워주려고 애쓰셨던 대장님^^

지갑 열 틈을 주지 않은 언니 오빠들..
유쾌한 입담의 분위기 메이커 진희언니.
진정 뜨거운 눈물을 흘리신 장은 언니.
이상한 영어도 아름답게 승화시키는 요상한 능력을 가진.. 하칸의 마음을 뺐어 간 그녀. 아대리님
비하인드 히스토리로 시작하여 여러 가지 어록을 남긴
진지하지만 알고 보면 더 진지한 진지함이 매력인…동운 오빠 ㅋㅋ
가벼운 듯 하지만 알고 보면 더 가벼운 뽈뽈 날라 다니는 깨알 웃음의 대가 관석 오빠
날씬하고 이쁜 차가운 서울여자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털털한 경상도 여자였던 정혜언니
언니인 줄도 모르고 짧게 짧게 말하다..식겁했던 ,,영화언니(언니가 너무 동안이라 그랬어요 ^^)
도자기 피부와 미모로 모든 여자들의 부러움을 샀던 영신양
샤방샤방이 치마로 젊음을 느끼게 해준 막내 혜미양(혜미야 언니는,,갑인데..근데 별루야ㅋㅋ)
항상 어리버리한 나를 잘 챙겨준 고마운 내 친구 똑순이 윤정이,,나도 니가 너무 좋다^^

마지막 대장님 !!
이런 저런 이유로 포기하려 했던 여행.

해괴하게 둘러대고 여행을 갔던 것은 무조건적인 대장님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어요.

우리들 ,,중 고등학교 때 치열한 입시 경쟁이 아닌 인생을 바르게 사는 법을 가르쳐 주셨던 대장님..

존경하고 감사합니다. 호호~

다들 사랑해요^^

라오스도 같이 가요~~전 허락 받았어요

ㅋㅋ

보내주는 대신 3년간 옷 살 생각하지 말라네요.

구멍 난 옷이라도 입고 가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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