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지금은 여행중 /11월 중국 상해

커피를 마시며 별을 바란다? 중국식 간판 읽기

프리 김앤리 2011. 12. 5. 00:18

<십일월 중국 여행,  상하이 1>

남들이 보면 중국을 아주 사랑하는 여행자인줄 알겠다.

무슨 인연이 깊어 올해만 해도 벌써 중국을 세번이나 다녀왔다.

그것도 상해만 두번.

회사에서 단체로 워크샵이라고 갔다온 중국 상해 여행.

황포돛배도 타고 난징동루도 다시 걸어다니고 상해를 설렁설렁 다녔다.

물론 항주에 가서 송성가무쇼도 한 번 더 보고 미션임파서블 3를 촬영했다는 서당도 갔다왔다.

아!! 감동적인 것 하나.

지난 번에 보지 못했던 장예모 감독의 '인상 서호'를 봤다.

사무실에 있는 직원들이 거의 사진잡가(아직 작가는 안되고 그래도 다들 똑딱이 아닌 제법 뭉퉁한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일정 정도 수준의)들이니

내가 사진 찍을 일 별로 없고 내가 찍은 거 갖다대봐야 폼도 안나서 나는 그저 아이폰으로 몇장 찍었을 뿐이다.

인상서호나 혹은 약간 특이한 다른 곳의 사진은 그 사람들꺼 얻어서 정리하기로 하고

상해거리를 다니면서 간판들만 몇장 찍었다.

중국을 갔다오는 사람들에게는 이미 익숙해진 외래어의 중국표현.

뜻까지 다시 새겨보면 제법 재미가 쏠쏠하다.

뜻글자의 효용성을 충분히 살린 중국 간판 이야기.

 

빨간 모자 '피자헛'

必胜客 이다.발음으로 치자면 bìshèngkè.

중국 사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그냥 영어식 발음 그대로 읽을 수 밖에 없겠지만

속성이라도 두달 중국어를 배운 내 실력으로는 어물어물이라도 읽을 수 있다.

그래도 피자헛과는 좀 다른 발음.

굳이 뜻을 풀이하자면  '반드시 승리하는 손님' 정도?

저 胜을 승리하다라는 의미가 아니라 다른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살짝 의문.

 

그 이름도 유명한 맥도널드.

麦当劳(Màidāngláo)

보리 맥, 적당할 당, 힘쓸 로.

일본에 가면 맥구도나르도라고 한다고 했나?  중국식으로 하자면 마이당라오다.

보리 맥자가 들어가면 그래도 맥주가 떠오르는 건 우째야할지.

 

 可口可乐 (kěkǒukělè)

우리는 코카콜라 라고 해야 뭔가 입안이 알싸하니 시원해지는데

커~쿠~컬~러 로 앞 세 글자를 구부지러지는 3성으로 발음해야 하니

알싸한 맛은 사라지고 꼭 중국 지네 음식처럼 느끼하게 발음해야 한다.

그래도 입이 즐거워진다는 뜻이니 이름 하나는 잘 정했다.

커~쿠~컬~러, 안되는 발음으로 우물쩡 발음하기 보다는 그냥 코카콜라라고 하는게 더 잘알아들으니

중국가서 중국말 할줄 아는 척, 잘난척은 괜한 쪽팔림이 될수 도 있음.

 

또 하나의 패스트푸드 점 서브웨이다.

능가할 새, 일백 백, 맛 미 자를 써서 赛百味다.

중국 발음으로 읽자면 sàibǎiwèi다.

제일 원음에 가깝다.

백가지를 능가하는 맛이라니 뜻 또한 끝내준다.  

 

놀라운 건 KFC다.

전세계 어딜 가나 저 통통하고 온화한 할아버지의 이미지는 같은데 어쩜 이렇게 절묘한 단어를 갖다 붙였는지.

肯德基.

나는 이 긍자를 긍정할 긍, 수긍할 긍으로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뼈에 붙어 있는 살 긍이라는 의미도 있단다.  닭고기 살, 끝내주지 않나?

전체 발음도 켄터키와 비슷한 kěndéjī 다. 

와우! 

 

프랑스제 까르푸 매장.

이것도 참 멋지다.

가구 가, 즐거울 락, 복 복 을 써서 家乐福. 즐겁고 행복한 집이라는 뜻이다.

사실 우리처럼 그냥 외래어를 그대로 쓰는 경우보다는 의미를 붙여놓으니 훨씬 그럴싸하다.

읽을 때는  jiālèfú .

소리를 그대로 글자로 만들어내 모든 백성들에게 글자를 선물하신 세종대왕님께서 들으시면 무척 섭섭하시겠지만

글자 한자 한자에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도 좀~~ 괜찮다.

 

다른 건 다 허접하게 해 다니면서도 커피만은 된장녀처럼 마신다고 나를 놀림감으로 만들어버리는, 내가 좋아하는 스타벅스.

星巴克 xīngbākè

스타벅스 원래의 발음과는 약간 거리가 있지만 만들어놓은 단어의 뜻으로 해석하자면 '능히 별을 바란다?'

고작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도 별까지 바란다?

 

이건 외국에 나가면 자주 만나는 중저가 호텔 이비스.

고가는 커녕 늘 저가 수준에서만 어정거리고 있는 나로서는 언젠가 프라하에서 딱 한번밖에 못들어간 호텔이기는 하지만

상해 예원을 돌아 나오는 길에 만난 호텔 간판이 반갑다. 

발음도 딱 원래 음 그대로다. yíbìsī.

적당할 이(어울릴 이), 반드시 필, 생각 사 宜必思.

반드시 적당하다고 생각되는 호텔?

생각해보면 반드시 어울리는 호텔?

 

얼마전 우리나라 매장에서 5만9천원짜리 청바지 사고 내가 좋아했던 유니클로.

优衣库. 우수한 옷이 있는 창고라는 뜻이다.

중국 사람들은 yōuyīkù라고 읽는다.

발음은 조금 안맞지만 옷을 파는 가게 이름으로는 참 적당한 번역이다.

 

내가 명품이나 다른 외국 제품에 대해서 좀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었더라면 상해 거리에서 더 많은 외래어 간판을 발견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딱 이까지다.

아는게 없으니 눈에 뵈는 게 없었다. 그래서 쏠쏠한 재미는 여기서 끝.

 

덧붙이자면 예전에 들었던 이야기.

베토벤은  贝多芬(bèiduōfēn], 임마누엘 칸트는伊曼努尔·康德 [ yīmànnǔěr·kāngdé]로 표현한다는 사실.

베이두어펀의 글자는  조개폐, 많을 다, 향기로운 분  이다.

조개 폐자는 발음상 옮겨온 것일 거고 향기가 가득한 사람이라고 번역한 것이 멋지다.

음악의 향기를 가득 담고 있는 사람, 베토벤.

칸트 역시 편안할 강에 덕 덕 자를 써서 대철학자를 묘사했으니 아주 괜찮은 번역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