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지금은 여행중 /11월 중국 상해

반드시 가야만 볼 수 있는 대자연 속의 오페라 '인상 서호'

프리 김앤리 2011. 12. 25. 23:57

<11월 중국 여행 - 상하이 5>

 

 인상 서호(印象西湖, Impression West lake>

 감독 : 장예모

 무대 : 중국 항주 서호

<1부 .... 만남>

 어둠속에서 한 마리의 백학이 날아옵니다. 젊은 서생으로 변한 학은 살포시 내려앉아 물위를 걸어옵니다.

 또 한마리의 백학이 날아옵니다. 아름다운 음악이 흐릅니다. 날아온 백학은 아리따운 여인으로 변합니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반합니다.

 천년의 아름다운 호수, 두 사람의 사랑이 어둠을 밝히며 꽃을 피웁니다.

 허선과 백량자의 아름답지만 슬픈 사랑이 시작됩니다. 

 서호의 또 다른 전설, 양산백과 축영대의 전설이기도 합니다.  

 

<2부 .... 사랑>

 붉은 물고기들이 서호를 가득 메웁니다. 그들은 호수에서 자유자재로 노닙니다.

 어수지환(魚水之歡) 입니다. 마치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 천지가 즐거움으로 가득합니다.

 사랑은 서로에 대한 마음속의 승낙이며 두 심장의 두근거리는 결합입니다.

 천년을 이어갈 두 사람의 사랑이 환희의 절정을 이룹니다.

 

<3부.... 이별>

 즐거웠던 시절은 불꽃처럼 한 순간이었습니다. 요란한 우뢰가 터져나옵니다.

 둘 사이를 갈라놓는 거대한 소리입니다. 

 여인으로 변했던 백학은 끝내는 몸부림 속에 죽어갑니다. 마치 허선과 백량자의 비극처럼... 양산백과 축영대의 슬픈 사랑이야기처럼...

 사람과 백학의 아름다운 이별은 무수한 깃털을 몸부림을 만들어냅니다.

 

<4부... 추억>

 서생 백학이 첫사랑을 나누던 곳으로 날아옵니다.

 두 사람이 사랑을 나누던 추억의 아름다운 선율이 무대를 감쌉니다.

 그는 두 사람을 위해 조용히 내려주던 비를 떠올리고 사랑의 맹세를 했던 작은 배를 찾습니다.

 그 옛날의 연인은 저 멀리 어두운 곳에서 반짝이며 그를 부릅니다.

 서로의 환영으로 만난 두 사람은 아픈 마음으로 그들의 아름다웠던 나날을 회상합니다.

 

 <5부.... 인상>

  잔잔한 호수에 다시 한쌍의 여인이 나타납니다. 그들의 꿈속처럼...

  두 사람은 호수 위에서 춤을 추며 물을 가볍게 밟으며 다시 먼 곳으로 사라집니다.

 

이 한장의 사진안에 '인상 서호'의 모든 것이 다 들어있다.

깜깜한 무대, 그 곳은 항주에 있는 서호다.

진짜 서호, 바로 거기다.

 

낮동안의 서호는 뿌연 안개가 끼어있었고 그저 그렇게 심드렁한 곳이었다.

동방으로 여행을 떠나온 이탈리아의 마르코폴로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고 칭송하였다는 곳이지만,

하늘에는 극락이 있고 땅에는 항주 서호가 있다며 중국 사람들은 노래 했다지만,

소동파가 술을 한잔 걸치고 그 아름다움을 격한 시로 읊었다지만,

세번씩이나 그 곳을 가도 나는 그만큼의 감동을 받는 곳은 사실 아니었다.

세상의 곳곳에는 서호보다 더 아름다운 호수는 얼마든지 있었고, 물에 빠지면 깊어서 죽는 것이 아니라 얕은 바닥이 뻘이라서 헤어나오지 못해 죽는다는

웃지 못할 호수의 이야기가 그다지 흥미로운 것도 아니었다.

어디를 가나 비슷하겠지만 중국의 다른 도시와 유사하게 엄청나게 많은 인파를 헤치고 걸어다니는 피곤함에 장난같은 배를 잠깐 타는 것으로

서호를 감동의 수준으로 칭송하고 싶은 마음은 별로 없었다.

 

그러나 밤이 내린 서호에서 펼쳐지는 장예모 감독의 오페라 '인상 서호'는 낮동안의 심드렁함을 한방에 날려버리는 회심의 역작이다.

인공무대가 아니라 대자연을 이용하여 그 속에서 펼쳐지는 오페라는 인상 리지앙 이후 다시 한번 내 가슴을 울렸다.

차가운 밤공기를 가르고 깜깜하던 호수에 갑자기 들어오는 휘황찬란한 조명과 결코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선율, 

물위를 걸어다니고 날아다니며 펼쳐지는 수백명 배우들의 환상의 무대.

눈 앞에서 배가 떠다니고 붉은 고기들이 물 위에서 뛰어놀고 배우들은 물위에서 춤을 춘다.

학의 날개를 상징하는 깃털은 호숫물을 내리쳐 물보라를 일으키고 물속의 무대가 하늘로 치솟아 오르며 허선과 백량자가 만난 단교를 만들어낸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어둠에 단 한줄기의 조명 아래 '사랑'을 주제로 하는 서호의 전설이 드러난다.

 

직접 그 곳으로 여행을 가지 않으면 절대 볼 수 없는 종합예술이다.

 

 

 

 

 

 

 

 

          

 

여행은 보러 간다.

고대 유적지를 보러가고 유명한 건축물을 보러간다.

낯선 도시의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 지 보러가고 그 동네 사람들이 어떤 옷을 입고 사는 지 보러가고 무엇을 먹고 있는지 맛보러 간다.

영화로 본 오페라의 유령을 뮤지컬로 다시 보러 가고 한국에서 이미 보았던 맘마미아를 원래의 무대로 보러 간다.

숱한 미술책에서 봤던 유명한 그림들을 다시 내 눈으로 보러가고 익히 들어왔던 음악회를, 페스티벌을 보러간다.

그래서 처음 대하는 것이지만 마치 언젠가 는 본적이 있는 것 같이 익숙한 경우도 많다.

익숙까지는 아니더라도 상상으로라도 가능한 보는 여행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현실에서는 도저히 상상조차 안되는 것이 있었다.

자연 통째로를 무대로 하는 야외 오페라였다.

험준한 눈산이 있어야 하고, 끝없이 펼쳐진 호수가 있어야 한다.

대자연을 그대로 옮겨오지는 못한다는 현실이 우리로 하여금 여행을 떠나게 한다.  

히말라야 끝자락에서 보았던 '인상 리지앙'이 그랬고, 항주의 서호에서 펼쳐진 '인상 서호'가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