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지금은 여행중/7월 헝가리 루마니아 불가리아

그 곳에는 우리 밖에 없었다

프리 김앤리 2014. 3. 12. 11:38

<2013년 7월 투어야여행사 단체배낭 헝가리 루마니아 불가리아 2>  루마니아 부체지산 트레킹

 

작년 7월의 어느 날.

우리는 하루종일 루마니아의 어느 높은 산 위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 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오로지 우리들만 있었다.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준엄한 바위산이 솟아있지만

2,000m 급 산 정상은 끝없이 펼쳐진  풀밭, 오로지 우리들에게만 허락된 하늘은 높고 파랬다.

우리들은 걷고 또 걸었다.

잠시 쉬어 하늘을 쳐다보기도 했고, 졸기도 했고, 노래를 부르기도 그리고 춤을 추기도 했다.

우리들 만의 세상이었다.

 

루마니아를 가로지르는 카르파티아 산맥의 부체지 산을 오르려면 케이블카를 타야 한다.

시나이아(Sinaia)에 숙박을 잡고 있던 우리들은 부체지산 정상 트레킹을 위해서 시나이아의 인근도시 부스테니(Busteni)까지 택시를 타야했다.

부스테니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꼭대기를 올라 걸어서 시나이아까지 오는 여정.

이른 아침을 먹고 설쳤는데도 케이블카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여러대의 케이블카가 있는 게 아니라 딱 한 대가 왔다 갔다 하는 것 같다.

헐!!!

걍~ 마음을 비우고 긴 줄 뒤에 우리도 앉아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꽃보다 아름다운 누나들은 혹시라도 얼굴이 탈까 남동생(?)에게 썬크림을 발라준다, 스카프를 둘러준다 요란 법석을 떤다.

 

외국인만 보면 어느새 말을 거는 우리 남동생의 버릇(?)이 어디로 갈까?

어느 새 우리 줄 앞 뒤의 외국인을 다 포섭해 이야기 꽃을 피운다.

외국인, 특히 동양인이라고는 눈에 씻고 봐도 없는 동네, 모두들 우리에게 관심이 많다.

역쒸, 우리의 뚱 교수님은 페이스북 주소도 주고받고...

ㅋㅋㅋ

순남쌤이 그랬다.

"사진은 맨날 내가 찍어주는데, 주소는 교수님이 낚아챈다"고

ㅋㅋㅋ

그러게 쌤~~~ 영어를 배웠어야지요~~

배웠다구요???

그러면 뭐해요.

우리 모두 맹탕, 읽을 수는 있으나 입은 벌어지지 않는다는 불편한 진실~

 

하여튼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케이블카를 탔다.

지상에서 단번에 2,000m 가까운 산 위로 우리를 데려다 놓는다.

 

아참! 그 꼭대기에서 전화벨이 울렸었지.

한국에서 온 전화다.

교수님의 어머님이셨다.

"네~ 어머니. 여기는 루마니아의 부체지산이라는 곳이예요." 로 시작한 아주 예의바른 어느 아드님의 목소리...

우리는 한국에 있는 어머님들과 함께 부체지산의 꼭대기에 올랐다.

그리고는 짠!    하고 나타난 세상!

 

그렇게 많이 올라온 다른 사람들은 어디로 다 빠져버렸는지 시나이 쪽으로 걷는 사람들은 우리 밖에 없다.

야홋!!!

트레킹 시작이다.

 

 

 

걷고 걷고 또 걷는다.

 

 

 

 

산 전체가 온통 우리 차지다.

 

 

점심이라고는 복숭아 몇 개와 빵 쪼가리.

그래도 우리들은 키득거렸다.

 

 

 

다시 나선 길,  그 곳에는 우리 밖에 없었다.

 

 

 

 

 

 

산들 산들 부는 바람이 코 끝에서 맴돌았다.

등에 살짝 배인 땀은 바람 한 줄기로 금방 말랐다.

 

폼도 잡아보고

 

장난도 쳐보고

 

뒤따르며

 

혹은 나란히 걸었다.

 

아~~~ 그리운 시간들~~~

 

그 길의 중반 어디에선가 드디어 한 무리의 말도 만났다.

우리 말고도 숨을 쉬고 있는 생명체를 만났다.

(사실은 풀도 숨을 쉬고 있었고, 하늘도 숨을 쉬고 있었는데... ㅋㅋㅋㅋ)

 

 

한 무리의 양떼를 만날 즈음, 우리는 산 아래 사람들이 사는 마을을 발견했다.

양치기 목동에게 길도 물어보고, 양을 쫓던 검은 개로부터 의심의 눈초리도 받았다.

ㅋㅋ

다시 사람사는 세상으로 돌아온 것이야~~~

 

부체지 산의 또다른 꼭대기에서 내려가는 케이블카를 만났지만

걍~~ 지금처럼 그냥 걸어내려가기로 했다.

 

 

흑흑...

그때 멈췄어야 했어.

그만 포기하고 저 케이블카를 탔어야 했어.

그랬더라면

여행을 마치고 나서 정화쌤이 상한 무릎때문에 병원을 안가도 됐고,

뚱 교수님이 중간에 맞닥뜨린 그 낭패스런 상황도 없었을 거야~~~

(우리끼리만 아는 이야기 ㅋㅎㅎㅎㅎ)

흑흑~~~

그래도 뭐~~~ 그게 여행인걸~~~

 

무릎에는 어느 새 보호대를 찼고, 갈증에 지친 우리들을

피곤한 몸을 잠시 쉬게 하면서 마지막 남은 간식거리를 챙겨먹었다.

흑흑~~~

아까 보이는 그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가야 했어~~~

 

 

뒤돌아보면서 뒤돌아 보면서 터덜터덜 우리는 걸었고

 

드디어 산 아래 또 다른 케이블카 정류장을 만났다.

아이고 ~~ 살았다.

 

 

<남은 이야기>

그 날 사진 중에 나는 이 사진을 제일 좋아한다.

한동안 내 카톡 프로필 사진으로 깔아놓고 있었다.

산행의 중간 어디 쯤.

하늘은 정말  맑았고 누군가가 핸드폰에 담아둔 노래를 들려주었다.

클래식도 한 곡 흘렀다.

날아갈 것 같았다.

"아~~~~ 행복하다~~~"

"정말 행복하다~~~"

나도 모르게 풀밭에 드러누워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십년을 같이 일했던 나의 전직 동료, 그는 그의 다리를 내게 내주었다.

그래도 털썩 배지는 못하고 그의 무릎 끄트머리에 내 머리를 살짝 얹었다.

 

또 좋아하는 다른 사진 한 장.

트레킹 내내 노래를 불렀던 우리의 성희쌤, 그리고 진희씨~~~

당신들의 노래에 우리 모두는 참 행복했어요~~~

 

카르파티아 산맥 하나를 온통 우리끼리 차지하고 걸은 그 날.

작년 7월 어느 날, 행복했던 그 날~~~